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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일 개최될 제 65회 현충일 추념식이 서울이 아닌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릴 것을 알리면서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가 다시 서울에서 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현충일 추념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전에서 하면 되지 않겠나”라는 말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특히 안보 분야에 신경을 써왔다. 국방비를 GDP대비 3%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연평균 7.9%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2020년도에는 사상 최초로 국방비 50조원 시대를 열었다.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 때 6.1%, 박근혜 정부 때 4.2%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를 이끌어낸 것도 군사·안보의 커다란 성과다. 올해부터 병사 월급을 33.3% 인상하는 등 2022년 최저 임금의 5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공약도 진행 중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지원하는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유공자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시계를 19대 대선 이전인 2017년 초로 돌려보면 문 대통령이 이 같이 안보 분야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점이 짐작된다. 대선 투표를 불과 4일 앞둔 시점에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적극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제 국민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라고 다소 자극적 유세 발언을 한 배경도 이 같은 색깔론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 ‘진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선출되기 직전 특강에서 한 발언으로 전해졌다. 비공개였기 때문에 정확한 발언을 옮긴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만을 음미해본다고 해도 이전의 통합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다. 당의 정강·정책부터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진보의 산물로 느껴졌던 기본소득제를 언급하면서 주도권을 쥐었다.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며 “그런 가능성을 높여줘야 물질적 자유라는 게 늘어나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제 이슈를 선점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정치권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던 데 비하면 정당간 정책 세결은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이 꺼냈던 70%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넓혀놓고 총선 이후에 다시 반대를 했던 통합당을 떠올리면 김 위원장의 아젠다 주도는 달라질 정치 지형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 이슈 선점은 과거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제20대 총선이 끝난 직후 “보다 적극적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물꼬를 먼저 트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 금기시돼왔던 구조조정의 필요성 먼저 발언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생긴 변화다. 더이상 정당이 과거의 낡은 가치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찾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177석의 거대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자만해서도 안되고 103석의 제1야당이 낙담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