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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 내 공립미술관 등에서 철거된 작품을 모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不自由)전·그 후’(이하 기획전)라는 기획전이 중단된 지 두 달여만에 재개된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 재개이지만, 그 과정에서 있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논란은 ‘일본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라는 기획전의 의도를 무엇보다도 잘 드러냈다는 평가다.
기획전 두달여만에 재개됐지만…과제도 여전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획전 실행위원회가 제기한 기획전 재개 가처분 소송에 대한 심판이이날 나고야지법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기획전 실행위와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2019’(이하 예술제) 실행위는 기획전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재개 시점은 10월 6~8일 사이가 유력하다.
기획전은 지난 8월 3일 개막 이후 쏟아진 항의전화와 메일, 심지어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을 받아 개막 사흘 만에 중단됐다.
전시 중단을 결정한 예술제 실행위원장이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안전을 위해 전시회 중단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합리한 협박에 표현의 자유가 굴복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10여팀 이상의 예술가들이 예술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오무라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획전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범죄나 혼란을 유발하지 않도록 상호 협력한다 △안전보장을 위해 정리권 방식의 사전예약제를 도입한다 △개회 시 전시내용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방문객에게 교육프로그램 등을 별도시행한다 △현청은 관람객들에게 현의 검정위원회 중간보고 내용 등을 다시 한 번 설명한다 등을 내세웠다.
앞서 아이치현 검증위는 지난 25일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빨리 기획전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중간보고서를 냈다.
일본 문화청은 26일 예술제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7800만엔의 교부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전시회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보조금 교부 심사에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정보가 신고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무라 지사는 25일 기획전 재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문화청이 교부금 지원 중단을 들었다는 점을 들어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21조’를 침해했다는 것이 쟁점이다.
예술제 감독인 쓰다 다이스케는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교부금이 지급 취소되면 앞으로 이같은 예술제를 할 때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수천개의 ‘부자유의 목소리’가 닫힌 문을 열었다
그래도 희망은 남았다.
전시회 재개를 요구하는 일본 아티스트들은 ‘ReFreedom Aichi’ 운동을 진행됐다. 수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가 ‘부자유의 목소리’를 가시화하자는 ‘YOurFreedom’이다.
기획전 중단이 ‘부자유’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표현의 부자유전의 폐쇄, 보이콧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포함해 전시의 재개를 희망합니다”
“지금 문화청의 보조금 지급중단 통보는 앞으로의 문화·예술의 부자유를 가속화하고 결과적으로 일본에 사는 사람들(외국에서 오는 사람들도)의 자유를 빼앗겠죠. 용서할 수 없습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나는 표현의 부자유전 중지에 찬성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상처입히는 것…”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이 ‘YOurFreedom’ 프로젝트를 취재한 카메마츠 타로 씨는 “중지된 표현의 부자유전 외벽은 개인들이 각각 품고 있는 ‘부자유’를 조용히 대면하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리 없는 목소리는 결국 굳게 닫힌 문을 열었다. 카드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이상 카드를 붙일만한 공간이 없자 문 안쪽 벽에도 카드를 붙이기 위해서 문이 열렸다. 표현의 부자유전 재개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29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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