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비나텍 본사에서 만난 성도경(59·사진) 대표는 최근 시장성장이 더뎌 매출이 정체상태여서 고민스럽다며 운을 뗐다. 실제 비나텍 매출은 2014년 220억원, 이듬해 201억원, 지난해 201억원 등 보합세를 거듭했다. 그는 “수년째 ‘300억원 돌파’를 이야기했지만 달성하지 못해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며 파안대소했다.
비나텍의 매출은 크게 마진율이 높은 ‘슈퍼커패시터(Super Capacitor·급속 충전 장치)’ 제조와 ‘탄탈럼 커패시터(Tantalum Capacitor·회로 안정화 부품)’ 수입 유통으로 이뤄져있다. 제조와 유통의 비율은 2014년 52대 48, 2015년 78대 22, 지난해 85대 15 등으로 꾸준히 변하고 있다. 덕분에 영업이익은 2014년 7억5000만원, 2015년 10억원, 지난해 16억원으로 호조세다.
슈퍼커패시터는 에너지를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순간적으로 고출력 전기를 낼 수 있는 저장장치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기에서 전기를 발생시킬 때 처음 날개를 돌리는 힘으로 사용한다. 블랙박스 전원이 꺼졌을 때를 대비한 배터리, 내비게이션 전원에도 들어간다. 국내 제조사가 만드는 이들 품목 대부분에는 비나텍의 슈퍼커패시터가 내장돼있다. 파나소닉과 미국 맥스웰 테크놀로지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은 1조원. 이중 1000억원 가량인 소형 슈퍼커패시터 분야에서는 비나텍이 매출액 기준 200억원으로 세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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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에서 일하던 시절 경력을 살려 탄탈늄 커패시터 유통업을 시작했다. 회사를 다닐때만 해도 어음이 뭔지 신용장이 뭔지도 몰랐던 그는 어엿한 사업가로 성장했다. 월 10억원 매출도 모자라 일본·미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매출 20억원을 올렸다.
이후 1999년 비나텍을 세운 후 기존 유통업에 더해 전후 발광다이오드(LED) 조립 사업에도 진출했다. 2001년 성 대표는 슈퍼커패시터의 미래를 밝게 보고 사업에 뛰어든다. 당시 각종 보고서에는 슈퍼커패시터가 훗날 배터리 시장을 없앨 거라는 청사진을 담았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일반 배터리는 수명이 길어봤자 1만 사이클도 안되지만 슈퍼커패시터는 50만(반영구) 사이클로 수명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나소닉 출신 연구소장을 일본에서 주기적으로 만나며 관련 지식을 쌓았다. 2003년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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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표는 기세를 모아 2011년 전북 전주에 270억원을 들여 1만1570㎡(35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설한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는 “한 시장조사업체에서 2011년 3조원의 시장이 열릴 거라 했는데 제 생각에는 5000억원 이하였다”면서 “이렇게 된 거 연구개발만 죽어라 했다”고 돌이켰다. 매출은 꾸준히 15~20%씩 성장했다.
비나텍은 세계 1등 기술을 3가지 가지고 있다. 우선은 2004년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능력을 2배로 높인 ‘하이브리드 커패시터’, 둘째는 3볼트 슈퍼커패시터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면적을 뜻하는데 다른 곳은 2.7볼트에 불과하다. 세번째는 최근 나온 슈퍼커패시터 ‘하이캡(Hy-Cap) 네오’다. 고온다습 환경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성 대표의 설명이다.
비나텍은 내년 7월이면 200억원을 투입한 약 1만8000㎡(5700평) 규모의 베트남 공장을 준공한다. 성 대표는 “최근 들어 슈퍼커패시터의 사용처가 늘어나고 있다”며 “매출 상승을 통해 2019년 코스닥 상장도 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