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년 전에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 선진문물을 서양에 선보였지만 이제는 거꾸로 중국이 서구 문물이나 기술을 적극 수용한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해외투자를 한 후 첨단기술과 선진 경영기업, 브랜드 등을 중국으로 들여오는 ‘역(逆) 마르코폴로 효과’가 대세다. 낮은 임금으로 제품을 만들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이 국적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해외 선진기술과 글로벌 브랜드를 사들이는 국가·기업 경영전략을 통해 주요 2개국(G2)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무대에서의 중국의 굴기(우뚝 일어섬)는 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CES는 향후 몇년간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할 첨단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곳이다. 올해 CES에 참가한 3600여개 기업 가운데 33%가 중국업체다. 전시관 3곳 중 1곳이 중국기업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CES 단골 고객이던 일본 샤프와 도시바는 행사장에서 전시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 일본업체 빈 자리를 중국기업 TCL이 초대형 전시관으로 버젓이 차지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정보기술(IT)전쟁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이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중국몽’(中國夢)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중국이 꿈꾸는 나라는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0%를 차지하며 문화적으로 세계를 풍미했던 한(漢)나라와 당(唐)나라다. 다소 과장되고 시대착오적일 수 있겠지만 시 주석의 ‘중국몽’은 중화 민족의 대부흥을 통해 중국이 경제적·군사적 강대국뿐만 아니라 문화적 강대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야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러한 중국 위세에 그동안 전세계를 주름잡던 ‘워싱턴 컨센서스’도 퇴색하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무역·자본 자유화, 정부의 긴축재정, 민영화·정부개입 축소 등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발전 모델인 워싱턴 컨세서스가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을 내세운 ‘베이징 컨센서스’에 밀리는 양상이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