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 총장이 北에서 들고와야 할 보따리

  • 등록 2015-11-18 오전 3:15:01

    수정 2015-11-18 오전 8:57:29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북 관계에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나 반 총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만나 북핵과 통일 논의에 새 돌파구를 열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아울러 국내 정계는 대선을 2년 앞두고 이뤄지는 그의 방북이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피는 촉매가 될 것이냐에 주목한다.

유엔사무총장이 지구촌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인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엔사무총장의 방북은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과 1993년 부트로스 갈리 총장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한국인 총장으론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 반 총장 본인도 2007년 1월 취임 이래 “남북 관계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힌 만큼 그가 평양에서 들고올 보따리의 내용물이 자못 궁금하다.

반 총장은 우선 김 위원장에게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라고 촉구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당국회담 중재도 시도할 만하다. 앞서 갈리 총장이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을 차례로 만나 정상회담을 주선했으나 이듬해 김 주석의 사망으로 회담이 무산된 전례도 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말 퇴임하는 반 총장의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다만 반 총장은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 ‘친반연대’가 대망론을 부풀리며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친박 일각에선 그를 대통령으로 내세우는 개헌 구상을 공공연히 흘리는 판국이다. 반 총장이 행여 방북 성과를 본인의 대선 가도에 이용하려 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라도 산다면 결코 현명한 처사가 못 된다.

국제기구 수장의 체모도 돌보지 잃고 방북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평양에서 김 위원장 선전용 들러리를 서는 것은 더더욱 금물이다. 그의 개성공단 방문이 북한의 일방 통보로 돌연 취소된 지난 5월 사태가 되풀이돼선 안 되며 이왕이면 우리 정부와의 사전 교감 속에 일을 차분히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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