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저금리 통화정책과 단기적 확장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지만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게 현재 한국 경제의 모습이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밑그림으로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분야의 구조를 개혁해 경제체질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임대주택 활성화, 투자 의욕 고취 등을 더해 6대 중점 과제로 삼았다. 전문가들도 국내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는 구조개혁의 순항 여부다. 구조개혁은 경제 주체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그만큼 단기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부작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가 기약없이 뒤로 미룬 것도 그만큼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는 것을 입증한다. 정부가 사학ㆍ군인연금 개혁을 제시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돌린 것도 서둘러 구조개혁에 나서면 안된다는 점을 방증한다.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 무게를 둔 교육 분야 구조개혁은 취업률이 떨어지는 학과 정원이 줄고, 관련 기초 학문이 퇴조하는 교육의 시장화 현상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사회의 다양성 차원에서 이를 보안할 방안도 함께 가야한다. 금융개혁은 ‘서금회’ 논란 등 끊임없는 정실인사로 개혁 공감의 기반 자체가 크게 훼손됐던 점도 풀어야할 문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모든 분야의 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단계별로 하나씩 추진 돼야 한다”며 “이를 관철할 수 있는 정치력과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개혁도 함께 병행해야 할 주요 화두다. 저상장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소득이 커져야 가능한데 이를 위해선 가로막힌 규제 철폐가 필수다.
정부가 최근 ‘규제 기요틴’으로 114건을 개선 추진키로 했지만, 고용·수도권·대기업-중소기업 등 민감한 사안은 다 빠지면서 추진 동력에 힘을 잃는 모습이다.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니 알맹이 없는 규제기요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