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제통상분야 전문가인 김도훈 원장은 최근 잇따라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처음 FTA를 시작한 정부가 참여정부였어요. 기본은 한·중·일 지역경제 통합을 통해 EU와 같은 동북아 경제통합을 이루려고 했던 거 같아요. 동북아시아 경제가 잘 굴러가면 지역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일 FTA를 추진하면서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버렸습니다.”
| 산업연구원은 오는 11월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서울 홍릉에서 보내는 마지막 봄이라며 벚꽃이 만개한 연구원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한대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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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통상대표단은 통상 테이블에 앉자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동북아 3국 경제통합의 목표는 물 건너갔다.
“그 뒤 목표가 우리 수출시장 확보와 경제 제도 선진화에 기여하자는 방향으로 수정됐고 이후 한·미, 한·EU FTA가 체결됐어요.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의 FTA는 시장 확대 측면에서 축하할 만 일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그는 정서적으로는 RCEP이 더 맞는 것 같다면서도 TPP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했다.
“RCEP을 통해 아시아의 경제 통합이 이뤄진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거에요. 여기에는 친구(friend)라는 개념과 대단히 적극적인 시장개방이 수반돼야 해요. 하지만, 중국 등은 시장개방에 영 관심이 없는 상태죠. 이건 비극입니다.”
그는 한·중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TPP 관심 표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거예요. TPP에서 우리가 협상 레버리지(leverage)를 높이려면 한·중 FTA가 잘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그래야 저쪽에서도 우리를 매력있는 협상대상으로 볼 겁니다. 이렇게 한·중 FTA와 TPP가 함께 가다 보면 나중에 RCEP도 내실을 갖춘 경제통합체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