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인터뷰]"경기도 포천에 강반장이 떴다"

삼성화재 의정부지역단 철원지점 강찬수 RC
30년간 보육원·요양원에 무료 이발봉사 실시
동료추천으로 올해의 아름다운 RC상 수상
  • 등록 2013-08-02 오전 6:00:00

    수정 2013-08-02 오전 8:22:29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따르릉~. 응. 삼성화재 아저씨인데 내일 저녁에 콜센터에서 전화할 건 데 받을 수 있지?”, “따르릉~. 예. 어르신 그건 그렇게 처리하시는 게 아니고요…”

*강찬수 RC가 지난 4월 2일 열린 ‘2013년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받은 아름다운 RC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김정욱 기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30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운천리에 7명이 근무하는 자그마한 사무실. 하루에도 수십 통이 넘는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그중에서 유독 더 분주하게 전화를 받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삼성화재(000810) 의정부지역단 철원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강찬수 리스크컨설던트(RC·사진·56)가 바로 그 주인공. 올해로 10년째 삼성화재에 몸담고 있는 강찬수 RC는 일명 ‘강반장’으로 통한다.

손녀를 포함하면 4대째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인 만큼 고향일이라면 애착을 두고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맡은 일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만능인이지만, 더 빛을 발하는 부분이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하게 해온 무료 이발봉사가 바로 그것. 우연한 기회에 주위에 알려지게 돼 동료와 지역단의 추천을 받아 회사로부터 ‘올해의 아름다운 RC상’을 받기도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인터뷰를 하자고 회사에서 요청이 왔을 때 거절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전혀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니 부탁하시는 분의 입장도 있었는데 너무 죄송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그의 첫 봉사 장소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사는 한 보육원이었다. 방문할 때마다 과자를 한 보따리 싸들고 가서 이발을 해주고, 아이들의 마음도 달래주곤 했다. 그 역시 홀어머니 아래서 유년 시절을 보낸 유복자다.

“보육원에 대한 사회 일부의 부정적인 편견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훌륭하게 성장한 친구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죠. 제가 이발을 해준 한 고등학생이 나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가 돼 저에게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요.”

*강찬수 RC(뒷줄 왼쪽 첫째)가 목욕봉사단체인 호스피스 단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화재 제공.
그는 요양원뿐만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포천 의료원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고객들을 만나는 시간 외에 사적인 시간을 쪼개 양로원은 한 달에 한 번, 의료원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방문한다.

과연 그가 생각하는 봉사라는 무엇일까. 그는 봉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답한다. 바꿔 말하면 그에게 봉사란 오랜 시간 동안 해왔던, 또 그가 해야 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작은 것이라도 남을 위해 뭔가를 하고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랑 같이 봉사하는 목욕봉사단체인 호스피스를 보면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이 단체에선 일흔이 넘는 어르신들이 자신보다 처지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러 나오십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나왔다가 밤늦게 들어가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정말 보잘것 없죠.”

또 지난 10년 간 보험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얘기하기 전부터 보험을 꺼렸다면 이제는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는 얘기다.

“보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이어서 혜택을 받지 않는 이상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으로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강찬수 RC가 포천 의료원 한 환자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사진: 삼성화재 제공
공적인 보험을 보완하기 위해 민영보험이 좀 더 역할을 키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요양원을 보면 정부가 보조금의 절반을 내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대비하지 않았다면 나이가 들어서 요양원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노후의료비보장보험 등에 대해 정부가 일정 소득 이하면 몇 %를 보조하는 식으로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보험을 ‘봉사’라는 한 단어로 정의했다. 특히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 일하는 컨설던트는 자격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내 집에 온 손님에게 소홀히 대접하면,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후회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이죠. 컨설턴트는 무엇보다도 고객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예 이 일에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되죠.”

마지막으로 그가 자신의 사적인 시간을 쪼개 30년간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별로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바로 즐거움 때문이죠. 저 같은 사람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체가 즐겁습니다. 특히 이용업의 경우 습득한 기술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만 조금 투자하면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일을 할 것입니다.” 삶의 의미 자체를 봉사에 두고 있는 그 다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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