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입맛 돋웠다.. 보글보글 끓는 외식업계

[흑백요리사 나비효과]② 훈풍 부는 외식업계
흑백요리사에 미식·외식 관심 높아지는 대중들
캐치테이블 “비 출연 매장 예약률도 동반 상승”
경기 침체의 그늘…‘반짝’ 효과로 그칠 것 우려도
"당장 낙수효과 없어도…외식업 발전 기여할 것"
  • 등록 2024-10-14 오전 5:35:02

    수정 2024-10-14 오전 8:50:57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흑백요리사의 인기로 차갑게 식었던 외식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파인다이닝 등 미식 키워드가 주요 검색어로 떠오르고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은 접속자 폭증으로 장애를 겪을 정도다. 당장 외식업 전반에 낙수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움츠러든 소비자 심리를 움직이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어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타 식당 예약도 동반 상승…시장 흐름에도 영향

13일 예약 앱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첫 방송 이후 일주일(9월 19~25일)간 출연 셰프들의 식당 평균 예약 증가율은 전주 대비 148% 증가했다. 최대 4937.5%의 증가율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 같은 기간 이들 셰프의 식당 검색량 역시 74배 늘었다.

특히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 예약은 지난 10일 오전 10시에는 11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동시 접속해 앱이 수십 분간 마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출연자 식당뿐 아니라 다른 입점 식당의 예약률도 올랐다는 것이 캐치테이블의 설명이다. 캐치테이블 관계자는 “흑백요리사 방송 후 전반적으로 전체 예약률이 증가세”라며 “특히 권 셰프 식당 예약 당시에는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관심도와 예약률도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방송이 소비자 인식과 시장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흑백요리사로 대중의 미식과 외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이는 검색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파인다이닝’의 검색량은 9월 16일 ‘5’에 불과했지만 2주 뒤인 29일 최대치인 ‘100’으로 치솟았다. 100에 가까울수록 활발하게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경연에서 등장했던 요리인 ‘동파육’, ‘딤섬’, ‘파스타’, ‘가니쉬’(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 빠스(중국식 맛탕) 등의 검색량도 대폭 증가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흑백효과” 커지는 기대…파인다이닝 ‘붐’ 다시 불까

외식업계에서는 이런 파급력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현재 외식업계는 위기다.

통계청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를 보면 2022년 3분기 89.84를 기록한 후 계속해서 내림세다. 올해 2분기에는 75.60까지 떨어졌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수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흑백요리사가 이런 부정적 흐름을 끊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음식점 컨설팅과 미식 콘텐츠를 만드는 놀고먹기연구소 이우석 소장은 “대중들이 방송을 통해 평소에 접하지 않던 음식과 미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가 크다”며 “장기적으로 외식산업 관점에서 분명한 긍정적 효과”라고 짚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K푸드를 알린 계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얼어 붙은 파인다이닝 시장의 기대가 높다. 파인다이닝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복소비’ 트렌드로 인기를 누렸다. 이후 엔데믹으로 소비력이 해외여행 등에 분산되면서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방송으로 스타 셰프들이 잇따라 탄생하면서 다시 붐이 일 것이란 기대다. 이런 대중의 관심에 반영해 식품 대기업 등이 관련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현재 CJ제일제당(097950)은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파인다이닝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흑백요리사에 대한 기대는 비단 외식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품업계도 흑백요리사 열풍을 반기고 있다. 출연 셰프들과 협업해 밀키트, 디저트 등 상품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내수 감소로 성장이 답보 상태인 식품업계에게 호재다. 대중의 관심이 몰리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외식업 활기가 타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낙수 제한적일 지라도…외식업 발전엔 긍정적”

흑백요리사 효과가 잠깐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출연 셰프들의 식당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주변까지 매출이 오른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외식업의 침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소비력 감소의 영향도 큰 만큼 단기적 인기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파인다이닝 같은 경우는 예약제로 이뤄져 주변 상권이 이득을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파인다이닝의 주 소비층은 2030 젊은 층이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이들의 소비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현재 잠깐 인기를 끌어도 지속적으로 식당을 이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파인다이닝 등 식당은 소규모 예약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변 상권이 이득을 보는 낙수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긍정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장 낙수효과 등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부수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요리와 미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전체 국가 소비력이 올라간 만큼 미식에 대한 수요는 점차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많다.

‘쿡방’의 재흥행은 넷플릭스가 아닌 한국의 현재 트렌드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당장의 경제적 효과는 없어보일 수 있지만 요리 학교가 다시 인기를 끄는 등 부수적인 효과를 봐야 한다”며 “한국은 이제 ‘살기 위해 먹는 시대’를 넘어 미식을 즐기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특히 “해외진출을 노리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K미식 수요가 많은 만큼 이들이 레스토랑 등 외식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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