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우리는 자녀를 가진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른다. 반면 자녀가 없는 여성을 일컫는 단어는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역사 속에는 ‘엄마가 아닌 여자들’이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녀 없는 여성’을 부르는 적당한 용어가 없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책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엄마 아닌 여자들’에게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왔는지에 대해 고찰했다.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로 페미니즘, 여성운동 등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여성에게 최선의 역할은 아이를 낳는 신체(자궁)가 아님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에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임신을 피하며 자신의 삶을 선택해 왔다. 영국의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아이가 없었던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심지어 ‘처녀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19~20세기 초 영문학 고전의 저자를 열거하자면 자녀 없는 여성들의 인명록이 된다.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버지니아 울프 등. 이들은 현대의 피임약과 기술이 등장하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임신을 피해 왔고, 자녀를 가질 것인지 갖지 않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했다.
저자는 ‘엄마 아닌 여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자녀의 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수많은 외부 조건, 사회적 문제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삶의 형태를 삽시간에 바꿔놓는 선택이다. 그렇기에 엄마가 되고, 되지 않고의 문제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깊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