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조한길 한국씨티은행 자금외환파생부 부문장을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 씨티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2011년 인턴으로 입사해 올해로 12년째 씨티은행 자금시장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80년대생인 그는 비교적 빨리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자금외환파생부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토목공학보다 재밌던 ‘금융공학’에 이끌려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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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친한 친구가 외국계 은행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 계시던 분이랑 우연한 기회로 식사를 하게 됐고 금융공학 얘기들을 해주셨다. 당시 금융공학이 한창 뜰 때였다”며 “이후에 학교 내의 학회나 협회에서 금융공학, 금융수학 관련 강의를 많이 했는데 우연히 들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제가 원래 공부하던 토목공학보다 더 재밌게 느껴져서 진로를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금시장본부는 국내외 고객들의 자본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거래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금외환파생부, 외환파생영업부, 기관영업부 세 부서로 이뤄져 있다. 조 부문장이 이끌고 있는 자금외환파생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외환파생운용팀에서는 대고객 거래에 수반된 위험을 금융기관간 거래를 통해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자금팀에서는 은행의 유동성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자산의 수익성 제고 역할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는 한국국채(KTB)의 세계국채지수(WGIB) 편입 준비와 발맞춰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채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또 한국 고객들의 해외 영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위험 관리 상품 제공 및 신흥시장 통화 프로그램들의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코로나19’를 꼽았다. 조 부문장은 “코로나 때 외환파생운용 쪽을 막 맡았는데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지다보니 수익이 흔들리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수익이 심하게 악화되면 위에서 강제로 종료시키거나 하는데 저희 글로벌 헤드나 부서장, 본부장님이 절 믿고 맡겨주셔서 플러스(+)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2020년 말 코로나 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때는 아이들과 함께 하며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고 털어놨다. 조 부문장은 네 아이의 아빠다. 다복한 가족이 그의 버팀목이 되어줬다.
조 부문장은 후배들에게 ‘과거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자주 말한다. 그는 “예전 과거 거래에 대해 분석하는 건 중요한데, 과거 거래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이때 이렇게 했으면 이럴 텐데, 저랬을 텐데’라는 가정을 계속하게 되는데, 사실 이렇게 해서 좋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스스로 우울해지는 방법이다. 저도 그러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선진화, 해외기관·투자자 홍보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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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아시아 시간에 일어나는 한국에서 결제가 가능한 외국환 거래는 한국 외환운용팀에서 집중해서 시장조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스 (API) 역내/외 연결, 오토헤지,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 다양한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 환율 1300원으로 하락 전망
조 부문장은 연말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타 통화 대비 원화 약세의 폭은 비교적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중국 수출 등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점, 수출이 회복국면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1350~1360원 레벨보다는 연말로 갈수록 환율이 낮아질 것이고, 1300원 초중반대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과 올해가 달러 강세 일변도였다면 내년에는 그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환율은 미국의 물가 둔화와 경기침체 가능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달러 강세로 점철되는 2022~2023년의 환율 움직임과는 다소 다른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