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국회도 못 막는다…DL이앤씨의 계속된 근로자 사망

디엘이앤씨,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다 산재 사망사고 기업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8명 숨져…책임진 사람은 아직 없어
고용부 작년 일제 감독, 국회선 대표이사 국감장에 세우기도
수사는 1년 넘게 공회전…고용부는 또 일제 감독 진행중
  • 등록 2023-08-12 오전 8:00:00

    수정 2023-08-12 오전 8: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e편한세상’ 건설사인 디엘이앤씨(옛 대림산업) 소속 사업장에서 20대 하청근로자가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디엘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여덟 번째 사망자다. 8명의 근로자가 현장에서 숨지는 동안, 대표이사에겐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했다.

지난 6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DL이앤씨 안전체험학교에서 토목사업본부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체험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 연제구 소재 아파트 재개발 건설 현장에서 디엘이앤씨 하청근로자 A씨(29)가 숨졌다. A씨는 지상 20m 높이인 아파트 6층의 창호 교체 작업 중 창호와 함께 1층 바닥으로 떨어져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사업장은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사실 디엘이앤씨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 소식을 전하는 것도 지칠 정도다. 정부도, 국회도 디엘이앤씨의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디엘이앤씨 소속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가 총 7건 발생해 근로자 8명이 숨졌다.

지난해 3월 13일. 서울 종로구 건설 현장에서 전선 포설작업 중 이탈된 전선 드럼에 맞은 근로자 1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6일. 경기 과천시 건설 현장에서 토사 반출 중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근로자 1명이 끼이면서 숨졌다.

지난해 8월 5일. 경기 안양시 건설 선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부러지는 펌프카 붐대에 근로자 2명이 맞아 숨졌다.

지난해 10월 20일. 경기 광주시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 붐대 연장 작업 중 붐대에서 근로자 1명이 떨어져 숨졌다.

올해 7월 4일. 경기 의정부시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장비(CPB) 인상 작업 중 지지하던 콘크리트가 무너지며 근로자 1명이 CPB에 깔렸고 철근에 찔리며 숨졌다.

올해 8월 3일. 서울 서초구 건설 현장에서 전기실 양수 작업 중 근로자 1명이 물에 빠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모두 디엘이앤씨 소속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다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이다. 근로자 8명이 숨지는 동안 정부도, 국회도 손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근로자가 2명째 숨졌을 때인 지난해 정부는 디엘이앤씨 전국 공사 현장에 대한 감독을 벌였다. 작년 7월 21일에 발표 결과에서 고용부는 42개 현장 중 40개 현장에서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8개 현장에서는 사망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안전조치 미준수 사항 30건을 적발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12월에도 디엘이앤씨의 주요 현장에 대해 감독한 뒤 근로자의 생명에 직결하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않다고 발표했다.

감독 결과 발표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나자, 이번엔 국회가 디엘이앤씨 대표이사를 국정감사장에 세웠다.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마창민 디엘이앤씨 대표이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벌써 3명의 근로자가 더 숨졌다. 그러나 책임을 진 사람도, 처벌을 받은 사람도 아직 없다. 작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업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고용부는 마 대표이사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지만,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노동당국은 마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약속한 마 대표이사 측 자신에게 안전과 관련된 권한이 없어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내 최고안전책임자(CSO)을 선임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도 CSO에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마 대표이사에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노동당국에 보완수사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지난달 초 또 디엘이앤씨의 공사 현장에 대한 일제 감독에 나섰다. 감독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시공능력순위 3위 업체로서 중대재해 예방에 모범을 보여야 할 디엘이앤씨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정하게 묻고 개선결과를 계속 확인하겠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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