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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엘이앤씨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 소식을 전하는 것도 지칠 정도다. 정부도, 국회도 디엘이앤씨의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디엘이앤씨 소속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가 총 7건 발생해 근로자 8명이 숨졌다.
지난해 3월 13일. 서울 종로구 건설 현장에서 전선 포설작업 중 이탈된 전선 드럼에 맞은 근로자 1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6일. 경기 과천시 건설 현장에서 토사 반출 중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근로자 1명이 끼이면서 숨졌다.
지난해 8월 5일. 경기 안양시 건설 선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부러지는 펌프카 붐대에 근로자 2명이 맞아 숨졌다.
올해 7월 4일. 경기 의정부시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장비(CPB) 인상 작업 중 지지하던 콘크리트가 무너지며 근로자 1명이 CPB에 깔렸고 철근에 찔리며 숨졌다.
올해 8월 3일. 서울 서초구 건설 현장에서 전기실 양수 작업 중 근로자 1명이 물에 빠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모두 디엘이앤씨 소속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다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이다. 근로자 8명이 숨지는 동안 정부도, 국회도 손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감독 결과 발표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나자, 이번엔 국회가 디엘이앤씨 대표이사를 국정감사장에 세웠다.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마창민 디엘이앤씨 대표이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벌써 3명의 근로자가 더 숨졌다. 그러나 책임을 진 사람도, 처벌을 받은 사람도 아직 없다. 작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업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고용부는 마 대표이사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지만,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노동당국은 마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약속한 마 대표이사 측 자신에게 안전과 관련된 권한이 없어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내 최고안전책임자(CSO)을 선임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도 CSO에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마 대표이사에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노동당국에 보완수사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지난달 초 또 디엘이앤씨의 공사 현장에 대한 일제 감독에 나섰다. 감독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시공능력순위 3위 업체로서 중대재해 예방에 모범을 보여야 할 디엘이앤씨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정하게 묻고 개선결과를 계속 확인하겠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