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숨겨도 심사없이 상환 유예…대출 부실폭탄 '째깍째깍'

[코로나 대출, 가려진 부실]②
정부, 느슨한 대출 유예 심사에
자영업자들 문 닫고도 폐업 숨겨
'무늬만 정상' 대출 채권 늘지만
정부·은행 정확한 규모 파악 못해
금리인상에 지원 종료땐 충격 우려
  • 등록 2022-01-13 오전 5:30:00

    수정 2022-01-13 오전 10:47:42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코로나대출 연장을 결정한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대출상환의 부실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지원을 받은 차주의 대출잔액이 120조7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고정’ 이하로 분류된 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비율이 1.4%(1조7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금융권이 채권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권은 코로나대출의 여신 비율에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는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고, 휴·폐업 등 채권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여신을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집계했다. 여기에는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폐업 신고를 마치지 않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야 함에도 정상으로 관리하는 ‘무늬만 정상’인 대출 잔액은 빠져 있다. 코로나대출 채권을 ‘정상’으로 관리하라는 것은 정부 가이드라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5대銀 이자상환 유예 잔액 8400억원

코로나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살피려면 이러한 ‘무늬만 정상’인 잔액 규모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개별 금융회사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사업자대출로 돈을 빌려주면 사업자 등록 여부, 한 해 매출 내역, 개인 차주의 신용등급, 타행 부채현황 등을 모두 파악한다”며 “이를 토대로 대출 만기를 연장할지, 연장하더라도 금리 인상이나 한도 축소와 같은 페널티를 부여할지, 대출 일부를 회수할지 등을 결정하는데, 코로나대출 지원은 이러한 심사 없이 만기연장이나 원리금 상환유예를 하라는 조치여서 채권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만기연장과 원금 상환유예는 최소한의 채권 관리가 가능하다. 원금이나 이자를 꾸준히 내고 있는지를 통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이자상환 유예 지원을 받고 있는 차주다. 이자조차 내지 않으면 금융회사로선 차주의 상환 능력을 파악할 길이 없다. 가게 문을 닫아도 폐업 신고를 하지 않으면 매달 갚는 원리금이 0원이어도 채권은 ‘정상’으로 분류된다. ‘무늬만 정상’인 채권 대부분은 이자상환 유예를 받은 차주일 가능성이 크다. 2020년 4월 지원이 시행된 이후 6개월마다 조치가 연장될 때 금융권이 이자유예 지원만큼은 종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운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도 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한계 차주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2020년 4월부터 이자 상환유예 지원을 한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1개 은행은 10월 말 기준) 8355억원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당국 내에서도 부실 우려 목소리

‘무늬만 정상’인 채권들 덕에 대출 연체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렸지만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은 지난 10월 말 기준 0.25%에 불과하다.

그러나 코로나대출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국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현재 잔액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드러난 수치만으론 잠재 위험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코로나대출 채권이) 건전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선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기관장들과 만난 이달 5일에도 “간담회에서 지적된 것 중 하나가 코로나대출에 따른 리스크 관리 문제였다”고 했다.

코로나대출 지원을 받은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은 물론 개인대출로도 돈을 빌릴 수 있다. 금융권은 시중은행에서 코로나대출을 받은 뒤 돈이 모자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개인대출로 추가로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잔액 기준 금융권 전체의 이자 상환유예 지원 건수는 1만건인데, 차주 수는 3922명이다. 1명당 2건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으아악! 안돼! 내 신발..."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