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주류 진열대의 초록색 페트병의 상징. 막걸리업계 1위. 서울장수주식회사(이하 서울장수)의 ‘장수 생막걸리’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용기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사이다와 소주 등이 투명 페트병으로 바꾼 것도 같은 이유다.
| 투명 페트병으로 바뀐 서울 장수 생막걸리.(사진=서울장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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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장수 생막걸리가 다소 어두운 초록색 페트병을 고수했던 것은 유통과정에서 자외선으로 인한 효모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였다. 주류 포장에서 자외선 차단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맥주는 갈색 페트병에서 투명 페트병으로 바꾸면 직사광선과 열전도로 효모가 변질될 수 있어 이번 자원재활용법 시행에서 환경부로부터 5년간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다. 맥주 제조사는 그 기간 갈색 페트병을 대체할 용기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신선도가 중요한 막걸리가 투명 페트병이라니…. 더욱이 막걸리는 소주나 맥주 등 다른 주류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다. 투명 페트병에 담겨도 신선한 생막걸리의 맛을 예전처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장수는 생막걸리의 효모가 가장 건강하게 살아있는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 동안 제품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투명 페트병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염성관 서울장수 연구소장(상무)은 “기존 초록병과 자외선 차단제를 첨가한 투명병의 자외선 차단효과를 실험한 결과 (자외선차단제를 첨가한) 투명병이 자외선 영역인 380nm(나노미터)에 이르기까지 기존 초록병과 동일한 자외선 차단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일반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기존 초록병과 투명병에 담긴 막걸리의 맛과 향을 비교하는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99% 이상의 시음자들이 두 시료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으며 제품 분석 결과 역시 두 시료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장수가 2018년 젊은 세대를 겨냥해 22년 만에 새로 선보인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막걸리’는 출시부터 투명병에 담겨 판매됐다. 이 제품 역시 자외선 차단 기능을 적용해 제품의 변질 위험을 없앴다. 특히 인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장수 생막걸리보다 긴 30일 제품으로 용기 표면에 울퉁불퉁한 엠보싱 처리를 사용해 자외선 차단 효과를 한층 더 높였다. 냉장 보관하면 제품 겉면에 물방울이 맺히는데, 이는 시각적인 청량감도 준다. 인생막걸리는 출시 이후 1년 5개월(2월 말 기준)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병을 돌파했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이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설어 판매량 등에 영향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홈술 트렌드가 확산하며 가정에서 장수 생막걸리, 인생막걸리를 구입해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