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철 국회부의장의 인생에서 책은 뗄떼래야 뗄 수 없는 대상이다. 삶의 가장 어려운 고비마다 책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었다.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5선 의원으로 순탄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의 삶은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MBC 기자로 활동할 당시에는 방송사 최초 노조 설립을 주도해 투옥됐다. 특히 1993년에는 대형 교통사고를 겪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큰 장애를 입었다.
심 부의장은 “늘 손에 책을 들고 살았다”면서도 “감옥이나 병원 등 갇힌 공간에서 특히 책을 더욱 많이 봤던 것 같다. 때로는 책을 보면서 현실의 고통을 잊었고 대신 내 정신적 성장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덤으로 받은 인생 이웃과 사회의 약자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
과거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심 부의장이 의식을 처음 차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병원 복도 창밖의 은행나무잎이었다. 심 부의장은 “은행잎이 삶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며 “회복과 재활의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웠고 힘들었지만 희망을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희망을 잡는다는 것은 곧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보였다. 내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라면서 “덤으로 받은 인생을 이웃과 사회의 약자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사회의 비합리성, 비민주성을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힘을 가진 곳이 정치라고 생각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거물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심 부의장은 “옛말에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란 말이 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늘 책을 끼고 살았다”며 “어릴 적부터 책읽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시절로도 이어졌다. 심 부의장은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독재와 억압에 맞서는 현실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며 “써클 친구들과 세미나를 하며 치열하게 토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주화투쟁을 경험한 많은 이들에게 ‘감옥’은 이른바 학교였다.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공간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책과의 만남으로 인식의 확대와 사유의 폭은 깊어졌기 때문. 심 부의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옥은 최고의 독서실이었다. 평소에 읽기 힘든 두툼한 두께의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심 부의장은 “감옥에서는 목민심서나 성서 그리고 대망 등 장편소설을 많이 읽었다”며 “갇힌 공간에서 책을 읽고 이를 새김으로써 정신적 자양분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언젠가 여유되면 수필이나 소설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책을 좋아하지만 아쉬운 것은 바쁜 의정활동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자시절 책을 빨리 읽고 정리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것. 최근 북유럽 순방을 다녀오면서 읽었던 스웨덴의 복지제도에 대한 책도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요즘에는 통일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교류 협력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심 부의장은 “지난 시기 우리의 성장과 발전이 해양세력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새로운 100년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에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 ‘통일한반도 유라시아포럼’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유라시아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국가적 어젠다로 만들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가로서의 욕망도 내비쳤다. 심 부의장은 “넘치고 숙성이 돼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한다”면서 “20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이 되면서 더욱 바빠졌다. 국회의장단의 활동과 의정활동에 더욱 매진하여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의정 활동을 정리하고 정책내용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만간 출판할 예정”이라면서 “언젠가 좀 더 시간 여유가 되면 더욱 노력해서 수필이나 소설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남 광주 출생(1958년)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졸△서울대 총학생회장 △MBC 보도국 기자 △16·17·18·19·20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홍보기획본부장·원내수석부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고문 △20대 국회 부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