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를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기업 입장에선 상징성이나 홍보 효과 등에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의 특성상 수주 활동과 세금 등 실리적 측면에선 오히려 도움이 돼 상당수 업체들이 본사 주소만 서울 밖에 두는 경우가 많다.
2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평 상위 100개 건설사 중 서울·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업체는 절반이 훨씬 넘는 66곳에 달한다. 지방에 본사를 둔 나머지 34곳은 호남권 기반의 호반건설(15위)·중흥건설(39위)이나 충청권인 계룡건설(23위)처럼 지역 연고로 사업을 시작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반면 서울(38곳)이 아닌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둔 28개 업체는 실질적인 사업장이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업체는 택지지구나 개발사업 등이 많은 수도권에 본사를 둬 지역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법인세 등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본사를 수도권에 등록한 건설사 중 시평 순위가 가장 높은 곳은 한화건설(11위)이다. 한화건설은 2014년 11월 서울 중구 장교동에서 여의도 전경련 회관으로 회사를 이전했지만 실제 본사는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의 한 상가건물 8층으로 돼 있다. 2002년 ㈜한화에서 분사한 이후 14년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한화건설은 2009~2010년 총 7146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으로 인천 소래·논현지구에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인 ‘한화꿈에그린 에코메트로’ 수주에 큰 도움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대규모 주택사업이 활발한 수도권에서 수주가 용이하기 때문에 본사를 시흥에 두고 있다”며 “지방세법상 수도권 대도시에서 서울로 본사를 다시 옮기면 중과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사업이 중심인 ㈜한양(24위)·한신공영(28위)·서희건설(30위)·반도건설(50위)·신동아건설(58위) 등도 주 사업장은 서울이지만 본사 주소지는 각각 인천과 경기 용인·성남 등에 등록돼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지자체가 발주하는 경우가 많고 발전 가능성도 높은 지역”이라며 “토목 등 공공사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지역업체 참여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대형사가 아니면 본사를 서울 밖에 두는 편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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