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자의 저주' 고개 든 인천공항 면세점…작년 매출 첫 역신장

롯데, 1조원 유지했지만 임대료 1000억원 이상 증가…신라는 매출 1200억원 줄어
매출은 제자리인데 공항 임대료는 급증하며 주요 면세 사업자 수익성 악화돼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6.8% 감소해 13년 만에 처음…中관광객도 2.3% 줄어
  • 등록 2016-02-01 오전 6:00:00

    수정 2016-02-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성수기인 6~8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양강’인 롯데는 매출 수준을 유지했지만 3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공항임대료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고, 호텔신라는 매출이 10% 이상 줄어들며 첫 역신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2년 만에 다시 2조원 밑돌아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은 1조 9990억원으로 2014년 2조 935억원보다 4.5% 감소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010년 1조 4483억원에서 2014년 2조원대로 4년간 44.5%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1조원대로 떨어졌다.

롯데는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1조 346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1조 316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호텔신라(008770)는 7803억원으로 전년(8990억원)보다 13.2%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3기 사업자로 선정돼 9월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004170)조선호텔은 4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대기업 계열 3곳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1조 8648억원)은 93.3% 점유율을 보였다.

중견·중소기업 전용 면세점인 시티플러스 148억원, SM면세점 137억원, 엔타스듀티프리 110억원, 삼익 2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는 91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감소, 임대료는 급증하며 수익성 악화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은 감소하고 공항임대료는 급증하면서 면세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호텔신라가 2014년 인천공항공사에 낸 임대료는 총 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롯데와 호텔신라는 2기 때 각각 3곳과 2곳의 매장을 운영했다.

문제는 지난해 3기 총 8곳의 대기업 면세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인천공항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롯데(4곳 7235억원)와 호텔신라(3곳 2651억원), 신세계조선호텔(1곳 775억원)이 연간 내야 하는 전체 공항 임대료는 1조원을 웃돌 정도로 치솟았다.

지난해 1~8월은 2기 면세점 임대료 기준, 9~12월은 3기를 기준으로 삼아 집계한 결과 롯데가 총 4600억원, 호텔신라는 2700억원 정도를 인천공항공사에 2015년도 임대료로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롯데는 매출에서 선방했지만 수익성 면에서 10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호텔신라는 매출이 1000억원 이상 감소하며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자료 관세청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2003년 이후 첫 감소세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년 방한 외국인은 1323만 1651명으로 2014년(1420만 1516명)보다 6.8% 줄었다. 방한 외국인이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766만 7973명으로 전년보다 5.9%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건 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은 598만 4170명으로 2.3% 역신장을 기록했고, 일본인 관광객은 183만 7782명으로 19.4% 급감했다. 홍콩(52만 3427명, 6.3% 감소) 대만(51만 8190명, 19.5% 감소), 필리핀(40만 3622명, 7.2% 감소) 등 주요 방문 국가의 관광객들도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관광업계에서는 유커의 수가 줄어든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가 감소한 반면, 일본을 찾은 유커는 499만 4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유커는 전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메르스 사태의 영향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등 관광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류 등 영향으로 ‘잘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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