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경제학]정부, 사용후核 영구처분장 건설 의지 '상실'

  • 등록 2015-10-28 오전 5:00:45

    수정 2015-10-28 오후 1:54:46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전경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리나라의 원전 24기에서는 매년 750톤 가량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말까지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경수로 1만5459다발(6397톤), 중수로 39만1872다발(7414톤)이다. 그런데 이를 보관하는 각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조만간 꽉 차게 된다.

현재는 다른 저장시설로 옮겨서 보관하거나 이미 저장돼 있는 사용후핵연료들 간 간격을 줄여 포화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미뤄둔 상태다. 그렇더라도 고리는 2028년, 한빛은 2024년, 한울과 (신)월성은 각각 2026년, 2038년이면 저장할 곳이 더 이상 없어지게 된다.

특히 중수로인 월성 원전은 6년 이상 임시저장수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열을 식힌 뒤 건식저장소에서 보관하는데, 2019년엔 건식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원전내 저장시설 추가 우선..영구처분장은 ‘뒷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1년 6개월 간의 활동 끝에 권고안이 마련됐다.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에 늦어도 2051년부터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영구처분장이 들어설 곳을 선정하고 이곳에 지하연구소(URL)와 사용후핵연료를 한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처분전보관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단기저장시설은 표현만 다를 뿐 현재 운영 중인 임시저장시설과 사실상 같은 시설이다.

그런데 정부가 국회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설명회에 배포하는 자료를 보면 “권고안이 제시한 관리방식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규정과 추진 골결을 마련 중”이라면서 ‘원전내 건식저장→URL→처분전보관/영구처분 등 추진단계별로 법적 근거와 방식, 내용 등에 관한 근거규정 마련’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한 단기저장시설 설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앞서 권고한 부지선정이나 연구소 설치 등을 위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간을 1만년으로 할 것인지 10만년으로 할 것인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얼마의 기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곳이 어디인지, 또 실제로 가능한지 등에 대한 논의나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용 측면에서도 혹시 모를 사고 및 이에 따른 피해 비용이나 운영·관리 비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사용후핵연료 미래 처분 비용을 할인해 반영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한수원 보험액 5000억원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사용후核, 원자력환경공단에 맡겨도 괜찮을까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처분하기 위한 비용 약 3000억원을 매년 기금에 적립하고 있다. 아직은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되며 한수원이 관리되고 있지만, 향후 영구처분장이 지어졌을 경우를 대비해 사용후핵연료 운반·처리·관리 등의 비용을 미리 적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적립된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은 2015년 9월말 기준으로 총 6조 6727억원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안전성과 책임성, 안정성, 효율성,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영구처분장 건설 등을 위한 별도의 공사를 설립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현행법 상으로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맡도록 돼 있다. 정부 역시 환경공단이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장 큰 걸림돌인 입지선정 문제에 있어 환경공단이 과거에 실패한 경력이 있는데다, 경주 중·저준위 영구처분장 건설도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나 공사기간이 초과됐기 때문이다.

환경공단이 중·저준위 처분장을 만들면서 공사기간을 수 차례 연장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바 있으며, 건설 비용도 동굴식 처분시설(1단계 6600억원, 표층시설(2단계) 2500억원 등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초과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방폐장 완공으로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환경공단은 그동안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었고, 내부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면서 “사용후핵연료는 중·저준위 폐기물보다 훨씬 높은 안전 관리를 요구하는데, 환경공단의 역량으로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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