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김씨와 같은 치질 환자에겐 ‘독’이나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치질이 있는 사람들은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연말 술자리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연말 술자리에서 치질 환자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장한정 양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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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질환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치핵은 평소 변을 볼 때 충격을 최소화하는 항문쿠션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와 항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쿠션조직 내에는 수많은 혈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술을 마시게 되면 이곳에 피가 대량으로 운반되고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게 되어 밖으로 빠져나온 치핵 덩어리가 더욱 빠져나오게 된다. 치핵 덩어리가 많이 빠져나와 있을수록 출혈과 통증, 분비물과 같은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또한 음주 후에는 알코올의 분해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장을 자극해 묽은 변을 보기 쉬운데 이 경우에도 화장실을 자주가게 되므로 치핵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출혈성 치핵을 가진 사람이라면 음주 후 출혈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이나 항문 내 고름이 고여 있다 터져나오는 치루 환자라면 음주 후에는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치질 환자가 연말 술자리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술자리를 연일 잡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폭음도 나쁘지만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은 더욱 해롭다. 체내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3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물을 같이 마시는 것이 좋다. 알코올은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의 배출을 돕는다. 술을 마실수록 탈수현상으로 인해 수분을 더 섭취하게 되는데 이때 우리 몸은 술을 수분으로 착각하고 술을 더 먹게 된다. 술을 많이 먹으면 술이 술을 먹는 현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을 마실 때는 반드시 물과 같이 먹는 것이 덜 취하는 요령이다. 사람들이 간혹 물과 같이 먹으면 더 취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알코올 섭취의 절대량이 줄기 때문에 덜 취하게 된다.
만약 치질 증상이 심해졌다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좌욕을 해주면 항문 혈액순환을 도와 붓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좌욕은 40∼45도 정도의 물이 들어 있는 대야에 엉덩이를 담그고 다리는 밖으로 내놓은 상태에서 해 준다. 단, 장시간 앉아 있으면 오히려 쪼그린 자세 탓에 치질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3분 정도가 적당하다.
장한정 대장항문 전문 양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는 “음주 후 충분한 휴식과 고섬유식, 좌욕 등이 치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번 발생한 치질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진료 후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