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1~8월 브릭스 4개국(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에서 151만4546대를 판매하며 지난해보다 23.9% 증가했다.
브릭스 시장에서의 선전은 이례적인 일이다. 올 들어 중국 성장세가 주춤한데다 인도·러시아·브라질도 침체해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이후 매월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고, 브라질도 하반기 들어 판매수요가 감소하려는 조짐이다. 러시아 시장도 5개월 연속 판매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7월 누적판매량(156만8000대)은 지난해보다 6.2%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전체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판매량을 늘리며 브릭스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9.7%에서 10.8%로 1.1%포인트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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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차는 시장 진입이 늦은데다 최근 불황이 이어지며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도요타도 브릭스 시장에서만은 현대·기아차 판매량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침체가 후발 경쟁사의 진입을 막아 오히려 한국차의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시장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차를 투입해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인도에 신형 i10·i20 등 3개 신차를 투입하고 연말께 중국에 전용 중형차 ‘미스트라(현지명 밍투)’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브라질에서도 전용 소형차 HB20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투입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배력을 유지하더라도 시장침체가 장기화하면 판매량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지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7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유럽과 인도, 러시아 등의 침체에 중국의 저성장이 겹치면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사전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해 성장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쌍용차는 올 1~8월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에서 2만245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침체기이지만 SUV 시장만은 늘고 있기 때문에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유일 사장은 올 6월 러시아 현지 판매망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인도에서는 경기침체를 감안해 지난해 출시한 렉스턴 판매망 확대 외에는 당분간 신차 출시없이 상황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유럽시장에 집중하는 맞춤전략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브릭스 시장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지금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브랜드 고급화를 꾀해 경쟁 브랜드의 도전을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