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길 잃은 국정원 국정조사

  • 등록 2013-07-31 오전 7:00:00

    수정 2013-07-31 오전 7:00:00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다루는 국회 국정조사특위(이하 특위)가 진실 규명은 뒷전이고, 정치적 공방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특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했으나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의혹과 관련이 있다며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을, 민주당은 댓글 사건 허위수사 발표와 연관이 있다며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각각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이다 산회했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에 휘말리면서 장기 개점휴업 상태였다. 국정조사에 소극적인 새누리당의 지연작전과 민주당의 미숙한 대응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본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국정조사 장기 파행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뒤늦게나마 국정조사의 정상화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유출, 실종, 폐기 등과 관련한 공방을 자제하기로 하고, 다음 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에 이어 7~8일 청문회 개최, 12일 보고서 채택 등 향후 일정도 마련했다.

그러나 45일의 국정조사 기간 중 이미 한 달 가까이를 허송세월했고, 남아 있는 기간은 고작 보름 정도다. 그중 실제로 회의가 열리는 날은 나흘에 불과하다. 빠듯한 일정에다 여야가 지금까지 보여온 안이한 자세를 보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들은 여야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국정조사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지난 대선에서 일부 드러난 국정원의 댓글 공작 등 선거개입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정원이 선거 등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개혁하는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국기문란 행위이다. 이를 바로잡는 일은 여야가 따로일 수 없으며, 특히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여당에게 중요한 과제다.

새누리당은 회의 공개, 증인 참고인 채택 등 향후의 국정조사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 정치권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필요하다면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내실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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