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에 대한 볼썽사나운 금리인하 압박

  • 등록 2013-04-03 오전 7:00:00

    수정 2013-04-03 오전 7:00:00

최근 정부와 여당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기준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 대표는 엊그제 “MB(이명박) 정부 때도 보면 한국은행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좀 굼뜬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부탁드리겠다”며 김중수 한은 총재를 향해 금리인하를 공개 요구했다.

지난달 말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부양) 정책 패키지에는 금융 부문이 포함돼야 한다. 여기에는 금리도 있고 수출 경쟁력을 위한 금융 지원도 있다”며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현정택 인하대 교수는 “한은이 지난해 또는 올해 3월까지 추가적으로 2~3차례에 걸쳐 0.5% 내외의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며 “거시경제정책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1~2차례에 걸쳐 0.5% 정도의 기준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시중 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선에서 하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며 부동산 경기에 불을 지피려고 나섰다. 한마디로 온통 한은을 기준 금리인하로 몰아가는 분위기이다.

과거에도 주요한 경기 사이클때도 정부가 나서 금리논쟁이 불붙은 적은 있다. 늘 경기 부양을 시키려는 정부와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한은이 대립하는 형국에서 금리논란이 불거졌다. 물론 한은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내린 이후 5개월깨 동결하고 있어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실 김 한은총재는 전 정부의 의견을 추종시하는 바람에 금리 결정에서 경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한은에 수모적인 이 같은 정부와 여당의 공개적인 금리요구는 김 총재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렇다해도 금리 요구안을 정부나 여당이 공식 언급하기보다는 관례처럼 물밑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도나도 나서 독립적인 금리 결정기관인 한은을 힘으로 몰아가는 듯한 것은 볼썽 사납다.

한은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을 잊어선 안된다. 정부나 여당의 압력도 한은 독립성을 존중해야지 훼손하는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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