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꼭두새벽 졸린 눈을 비비벼 아침을 재촉하는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법한 시 한 구절이 있다. 이 시를 쓴 주인공은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주무르고, 국내은행의 경영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차가운’ 자리에 앉은 그는 벌써 네 번째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마시는 커피가 기본 6~7잔이 될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지만, 고요한 새벽 시간에 시를 쓰면 모든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것 같습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양 국장은 한국은행에 입사한 후 금감원까지 금융분야에서만 30년을 넘게 근무한 베테랑 금융전문가다. 그러나 시에 대한 끝없는 갈망 끝에 삼십대 후반인 1998년 계간지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최근 펴낸 시집 ‘기다림 근처’는 한달도 안돼 2쇄를 찍을 만큼 인기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즉흥적인 것보단 감성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시 쓰는 작업은 고통입니다. 그러나 고통을 거친 후 나오는 결과물을 볼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당장 달고 맛있는 게임 등에 빠져 감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시가 밥을 먹여줄 순 없지만,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수는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정신의 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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