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감독으로 받은 스트레스 시(詩)로 풀죠"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인터뷰
  • 등록 2013-03-22 오전 7:30:00

    수정 2013-03-22 오전 7:3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붉은 줄무늬넥타이가 목을 휘감는다 /오늘도 나는 어디론가 끌려가는 사막의 낙타, 암소의 눈망울처럼 순한 色의 아침은 없나/ 혼자 아무렇게나 붉어져도 좋을 버찌의 하루는 없나/ 와이셔츠 단추 구멍으로 덜 깬 어제가 새어나오는 아침 (시인 양현근의 ‘아침의 色’ 중에서)

여기 꼭두새벽 졸린 눈을 비비벼 아침을 재촉하는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법한 시 한 구절이 있다. 이 시를 쓴 주인공은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주무르고, 국내은행의 경영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차가운’ 자리에 앉은 그는 벌써 네 번째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마시는 커피가 기본 6~7잔이 될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지만, 고요한 새벽 시간에 시를 쓰면 모든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것 같습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양 국장은 한국은행에 입사한 후 금감원까지 금융분야에서만 30년을 넘게 근무한 베테랑 금융전문가다. 그러나 시에 대한 끝없는 갈망 끝에 삼십대 후반인 1998년 계간지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최근 펴낸 시집 ‘기다림 근처’는 한달도 안돼 2쇄를 찍을 만큼 인기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금감원 업무지만 양 국장의 얼굴엔 왠지 모를 평온함이 흐른다. 그는 시 덕분이라고 했다. 양 국장은 “요즘엔 많은 시가 오직 시인들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독자가 낯설게 느끼지 않고 공감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인터넷이 한참 보급되던 2001년 양 국장은 ‘시마을(http://feelpoem.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자신이 직접 쓴 시를 올리면서 세상과 소통했다. 개인 사이트였던 시마을은 문학에 허기진 사람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정회원 20만명, 누적방문자 50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문학단체로 성장했고, 시마을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이미 100명이 넘는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즉흥적인 것보단 감성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시 쓰는 작업은 고통입니다. 그러나 고통을 거친 후 나오는 결과물을 볼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당장 달고 맛있는 게임 등에 빠져 감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시가 밥을 먹여줄 순 없지만,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수는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정신의 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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