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3분기에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고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급등한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하반기 최종상품 가격에 본격 반영되어서다. 아울러 폭우·폭염 등으로 내수시장의 수급 불안정이 예상되면서 고물가로 인한 부담은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국제 곡물 수입단가지수[사진=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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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반기 중 배럴당 122.53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두바이유)가 최근 9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면서다. 하지만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도 5%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쉽게 덜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이하 센터)는 3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2분기보다 12.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평균수입가격은 15%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센터는 “식품업체들은 국제곡물시장에서 국내에 도착하기 3~6개월 이전에 곡물을 매입한다”며 “이때문에 곡물 수입물가는 국제곡물시장 가격보다 3~6개월 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상승한 국제곡물가격은 하반기 곡물수입 및 가공식품 가격 상승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이같은 영향을 크게 받는 제품군으로 원가에서 원재료비 비중이 높은 밀가루 등 제분(73.5%)과 식용유 등 식용유지(78.4%)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커피 및 코코아(65.1%) △제당(65.5%) △면류(61.5%) △빵류(58.8%) △과자류(59.4%)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제품들이 포함된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7월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하며 11년 7개월에 만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마당이다.
폭우·폭염 등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변화도 고물가 현상을 부추길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배추(전년 대비 생산량 4.1% 감소)와 무(3.8%), 건고추(8.6%), 마늘(12.8%), 양파(18.9%) 등 주요 농산물이 폭우 등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추석을 앞두고 가격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하반기 물가 정점 전망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의 불안정성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가능성 등 국제 정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현재 90달러 수준에서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가뭄 등 기후 변화로 국제곡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변수도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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