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과거의 재래식 무기로 치루던 전쟁에서는 대량파괴에 의한 영토점령과 적의 병력 및 군수품을 소모시켜 승리하는 ‘소모전’이 화두였다.
하지만 이는 대량살상과 오폭에 의한 민간인 사상, 불필요한 시설 파괴로 전쟁 후 재건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현대전쟁에서는 적의 핵심기능을 마비시켜 최단 시간 내에 전쟁을 종결시키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같은 전쟁수행 개념의 변화로 과거 지상 및 해상 전력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던 공군력은 현대에 와서는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핵심 전력이다. 원거리에서도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유도무기 덕분이다.
유도무기는 발사된 후 내부 장치나 외부 장치로부터의 유도 명령에 따라 경로나 속도를 수정해 목표물에 도달하는 무기를 의미한다. 우리 공군은 공대공 유도무기 뿐 아니라 다양한 공대지 유도무기를 전투기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이중 한국형 GPS 유도폭탄인 ‘KGGB’는 국내 최초의 공대지 유도폭탄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아래 LIG넥스원(079550)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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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별도로 휴대하는 KGGB 제어 통신장치(PDU) 때문인데, 조종사가 공격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입력하면 무선으로 직접 KGGB에 전달해 투하 준비를 마친다.
KGGB의 가장 큰 장점은 재래식 폭탄의 활용성은 높은 반면 가격은 싼 유도무기라는 것이다. 현재 군에서는 상당량의 재래식 폭탄을 보유하고 있는데 KGGB는 이를 재활용해 사거리와 정확도를 향상한 것이다.
외산 무기들은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가의 다양한 전자부품을 적용하고 있지만 KGGB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 1억원의 가격에도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지난 2011~2012년 우리 공군의 전투기 기종별 투하 시험에서 탄착오차는 0.9~8.6m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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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GB 개발은 400억원이 투입돼 4년 동안 진행됐다. 2013년부터 우리 공군에 전력화 돼 현재 F-4 및 F-5 전투기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 전력은 개전 초기 북한의 방사포와 자주포 등 장사정포를 무력화 시키는데 KGGB를 활용한다.
KGGB의 최대사거리가 100Km 가량되기 때문에 사거리 40Km 수준인 북한 장사정포 밖에서 이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KGGB가 사용하는 GPS 수신기는 이전까지는 전자교란에 취약한 상용GPS 였지만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군용 GPS 승인을 획득해 안정성을 높였다. 미 정부가 외산 유도 무기에 군용 GPS를 승인한 것은 KGGB가 최초다. 군용 GPS는 암호화 돼 있어 GPS 신호 교란에도 끄떡없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안정적으로 북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KGGB의 성공적인 개발과 전력화는 항공무장의 국내 자체 기술 개발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면서 “향후 대한민국 고유의 항공무장 개발과 지속적인 성능 개량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