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제부터 양적완화(QE)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불가피하게 뒤따를 통화정책 정상화를 소개하는데 불과했던 이 발언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한국에서도 코스피 지수는 1790선까지 곤두박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로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대로 뛰는 등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며 달러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지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테이퍼 탠트럼)’이 나타났다. 일명 ‘버냉키 쇼크’로 불리는 사건이었다. 당시 외국인은 6월 한달간 한국시장에서만 5조9000억원을 팔아치웠다.
또 한번의 `긴축발작` 일까
또 한번의 긴축 발작 신호탄일까.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기간으로만 따져도 2년 2개월만에 월간 기준 최대 순매도인 셈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중국증시 변동성 우려 및 미국 9월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기피되는 모습”이라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과 남미, 중동 지역의 펀드 자금 유출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경기 회복에 한가닥 희망
최근 외국인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 일명 ‘G2’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12월 초저금리로 기준금리를 인하한지 7년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 경착륙 우려에 휘청이면서 신흥국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006800)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중국 경기둔화 우려 두 가지가 최근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중국은 10월 지표를 봐야 경제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만큼 당장 긍정적인 단서를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나마 시장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 회복이다. 미국이 9월 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는 그만큼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뒤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 온기가 중국과 한국으로 전해지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흥국 통화가 하락 반전하고 유가도 40달러 이상으로 움직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기대감을 가질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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