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강신우 기자]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1988년 13대 국회부터 27년간 야권 진영이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지역. 원적지 기준 호남 인구가 40%에 달하고 서울대와 고시촌을 끼고 있어 깨어 있는 젊은 유권자층이 많은 곳. ‘야권 불패’ 지역인 서울 관악을에서 기존 선거 방정식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 신인인 오신환 새누리당·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간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 대통령후보를 지낸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4·29 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는 두 후보(오신환·정태호)와 정권·야권 심판론을 동시에 주장하는 한 후보(정동영)가 한 치 앞도 모르는 3자 대결을 펼치고 있다.
6일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현 정권에 대한 반감과 함께 27년간 독주해 온 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교차했다. 누가 당선되든 상관이 없다는 정치 무관심층도 상당했다. 무너진 지역 경제에 대한 불만과 변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 심판, 정권 심판 여론 공존
반면 현 정권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8)씨는 “정권 심판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며 “예산낭비인 경전철 같은 건 하지도 말고 도림천 편의시설을 설치하거나 유지보수라도 잘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대(컴퓨터공학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6)씨는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없지는 않다”며 “이번 보선에서 꼭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후보가 지역을 옮겨 관악을에 출마한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명분도 없고 야권 분열만 일으킨다며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서울대(인문학 4학년)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여당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당보다는 후보를 보고 뽑을 것”이라며 “정 후보 경우는 대선 출마 이후 행보가 주류와는 다른 차별화가 있었다는 면에서 진정성이 보인다”고 했다. 난곡사거리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7)씨는 “아직 누굴 찍을지 정하지 않았다. 누가 되든 다 똑같다”며 “저렇게 유명한 분이 이 동네에 왜 오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3자대결 구도냐 막판 표 쏠림이냐
관악을에서 3파전이 전개 중인 가운데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여권표가 결집했고 야권은 크게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로 표가 나뉜 상황이다. 중앙일보가 3월31일~4월1일 실시한 여론조사(유권자 6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0%포인트) 결과를 보면, 앞서는 오신환 후보(34.3%)를 정태호 후보(15.9%)와 정동영 후보(13.3%)가 뒤쫓는 양상이다. 이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41.6%, 새정치연합이 25.2%(무응답 27.0%)로 여권 지지층이 좀 더 많이 응답한 것을 고려하면 오 후보의 우세 속에 3자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선거가 진행될수록 가능성이 높은 제1야당 후보에게로 표가 결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태호 후보는 “결국 판세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후보가 80%를 놓고 싸움을 하고 정의당이든 제3의 후보는 20%의 비율을 얻게 될 것”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2등으로 표를 몰아야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후보는 정의당과 노동당 등 제3정당들 간 후보 단일화로 3자 구도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박근혜 정권과 야권을 함께 심판해야 한다”며 “9~10일 후보자 등록일 전까지 단일화가 될 것이다. 결국 1대 1대 1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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