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들에 대한 공사채 총량제 도입이 경제살리기와 엇박자를 내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초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에 따라 이미 예고된 정책시행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충격은 없겠지만 공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에 대비해 자진해서 사업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필요사업을 위해 재원마련이 필요할 경우 금리가 더 높은 은행차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 총량제 대상 공공기관의 2014년 계획 대비 실제 발행량 |
|
4일 채권시장과 공기업들에 따르면 공사채 총량제 도입에 따라 10월부터 올해말까지 대상기관 16개 공기업이 줄여야하는 공사채, 코리안페이퍼물(KP),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성 차입금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강수연 대우증권 크레딧 채권애널리스트는 “공공기관 시장성 차입금이 부채총계의 6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사채 총량제 비중 60%를 맞추려면 개략적으로 10조원가량의 시장성 차입금을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공사채 총량제를 도입하고 10월부터 시범실시후 2015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해당기관은 부채대비 공사채 비중을 2019년까지 55%로 줄여야 한다. 시범기간인 10월 60%, 2015년 59%, 2016년 58%로 매년 1%씩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이번 총량제 도입 대상 공기업은 정부가 연초 지정한 부채중점관리대상 18개 공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장학재단을 제외한 16개 기관이다. 이들중 실질적으로 특수채 발행과 관련이 있는 기관은 발전자회사를 제외한 한국토지주택(LH)공사와 한국전력 등 10개 기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관들 대부분이 지난해 공사채 발행물량 대비 올 계획물량을 크게 줄여왔다는 것이다. 가장 규모가 큰 LH공사의 경우 지난해 계획 및 실제발행 물량은 각각 15조원과 11조원이었지만 올해는 4일 현재 각각 11조500억원과 5조원에 그치고 있다. 결국 자금조달을 줄이면서 사업계획 역시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A공사 관계자는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공사채 발행이다. 정부에서 공기업부채를 줄이라는 방침이어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필요한 사업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공사채보다 금리가 더 높은 은행차입으로 눈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B공사 관계자도 “부채감축계획을 시행하고 있어 투자비를 확대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공사채 총량제란, 정부는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하면서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을 위해 공사채 발행 총량관리제 도입을 공언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부채대비 공사채 비중을 연내 60%로 조정할 것으로 공언했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줄여 2019년에는 55%선으로 조정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