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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한 미국 대사와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북정책 조정관으로도 활동하는 등 미국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대북정책의 전제조건으로 미국과 한국 간 효율적인 공조를 꼽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양국 정부가 신뢰를 쌓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며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우리가 예상하는 시기나 방식대로 통일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인 만큼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저의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을 돌아보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나 주제는 현직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긴장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고, 여전히 북한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후계 승계를 마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 아버지인 김정일보다도 핵무기에 대한 확신은 더 강할 겁니다.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위협은 계속될 것이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시간도 반드시 우리 편은 아닌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고 통일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려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북한 문제에 어떠한 해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셨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말하는 건지.
△현재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유지해야 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정치 개혁을 단행하는 등 내부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또 북한과 중국 모두 정권이 교체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내부적인 콘센서스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행보에 여러 차례 좌절과 실망을 경험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푸는 데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만큼 결국 중국이 나설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對) 북한 정책도 변해왔습니다. 연속성 있는 대북 정책이 나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대북정책은 미국과 한국간 효율적인 공조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두 나라 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해 신뢰를 갖는 게 필요합니다. 이상적으로 보자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서도 긴밀한 공조를 가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고 이후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찾는 등 한-중 관계가 돈독해진 것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좋은 출발을 보인 만큼 앞으로 북핵 문제와 북한 체제 붕괴에 대비한 우리의 계획을 보다 분명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 통일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구상을 어떻게 보시고, 실현 가능성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과거사 문제와 영유권 분쟁 등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관계도 심상치 않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과거사 문제야말로 일본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동북아에서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는 만큼 속히 봉합돼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독일과 달리 일본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동북아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동북아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할 일입니다.
-얼마 전 성김 주한 미 대사 후임으로 마크 리퍼트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이 내정됐습니다. 리퍼트 차기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계십니까.
△상원 인준을 받게 된다면 리퍼트 지명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일을 맡게 될 것입니다. 주한 미국대사직은 하나의 도전입니다. 그러나 이는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미관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역대 주한 미 대사들은 이런 사실을 아주 영광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리퍼트 지명자는 주한 미 대사로서 훌륭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물입니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데일리 독자들과 청중들을 위해 이번 제5회 세계전략포럼에서 강연할 주제를 미리 소개해 주십시오.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많은 외교적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국들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다는 얘기죠. 이런 시점에 한국과 같이 국력이 커지고 있는 국가들의 역할이 결코 과소 평가돼선 안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강대국들과 한국 등 신흥국들간 공조가 핵심 관건입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간 공조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와 세계의 현안들을 다루는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더이상 좁은 동북아 내에서만 활동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들로 거듭난 많은 한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이라는 국가 역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내야할 시점입니다. 이 문제들을 이번 포럼에서 강조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