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감원 주채무계열 관리 강화 주문에 '시큰둥'

부실징후기업 관리 한계...주채무계열 회피 수단 많아 선제적 구조조정 어려워
CP 발행한도 규제 등 대책 마련 필요..금감원 출구전략 마련 급급 비판 제기
  • 등록 2013-10-16 오전 6:00:00

    수정 2013-10-16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동양사태이후 금융감독원이 부실징후 및 주채무계열 기업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지만 채권단은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이다. 부실징후기업이 자금조달 재원으로 활용하는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전환사채(BW) 등에 대한 발행한도 및 판매사의 판매 규제 등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채권단이 선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명분이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궁색해진 금감원이 채권단을 볼모로 동양사태에 따른 출구전략 마련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열린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간담회이후 채권단 사이에서는 주채권은행으로서의 한계를 토로하며 보다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은 우선 금감원이 주채무계열 관리 강화,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및 선제적 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한 주채권은행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이 부실징후기업을 구속할 수 있는 방법(선제적 구조조정)은 한도관리를 통한 채권회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쌍용건설, STX 사례 등과 같이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압박하는 경우가 많아 주채권은행의 역할 강화 주문과는 정면 모순된다”고 강조했다. 시장논리보다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이 기업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특히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 강화를 통해 주채무계열 기업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권 신용공여액 잔액의 0.1%로 돼 있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더 낮춰 주채무계열 기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될 수 있는 꼼수들이 많아, 선제적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의 주장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주채무계열 기업수는 지난 2009년 45개였지만,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며 올해 초에는 30개로 줄었다.
이중 동양그룹은 주채무계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계열사간 CP 돌려막기를 한 결과 2010년 주채무계열서 제외됐다. 이후 부실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금융당국은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

2011년부터 주채무계열에서 빠진 현대그룹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 역시 CP(7000억원, 잔액기준)와 회사채(1조7700억원)등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주채무계열에 선정되더라고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2010년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던 현대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지난 2009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매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있지만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부채비율 산정 등을 문제삼아 지속적인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그룹, 현대그룹 등과 같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CP, 회사채,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해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들이 많다”며 “결국 주채권은행의 역할 및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서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실효성을 거둘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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