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20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지난 8일 법원 재판부에 병원에서 지병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비자금 조성에 따른 배임혐의로 구속돼 구치소 병동에서 지내고 있다.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만성신부전증과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병, 그리고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CMT병은 신경계 질환이다. 말초신경이 유전적 요인으로 퇴화하면서 근육이 위축되는 게 일반적 증상이다. 프랑스인인 샤르코와 마리, 영국인 투스에 의해 처음 알려져 ‘샤르코-마리-투스(CMT)’병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2500명당 한 명 꼴로 발병해 다른 희귀질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이 회장의 만성신부전증은 상태가 심각해 신장 기능이 정상 상태의 1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달 말 신장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신장 기증자는 이 회장이 대학시절 미팅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 김희재(53)씨다.
이 회장이 청춘을 바쳐 일군 CJ그룹 또한 휘청이고 있다. 외삼촌이자 이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CJ가 국내외에서 벌여놓은 사업들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호암은 생전에 ‘재물과 지위는 사람이면 누구나 바라는 바이지만 아무나 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당한 수단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그 속에서 살 수 없다’는 논어의 귀절을 자주 인용했다. 또 말년에는 방송과의 대담에서 “기업을 경영해 오면서 고통스러운 기억도 많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고통도 하찮은 일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회장에게 ‘호암어록’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