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초 내놓은 ‘뉴타운 정비사업 신 정책구상’이 반쪽짜리 대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쟁점인 매몰 비용(사업에 투입된 비용) 문제의 해법 없이 ‘선 조치·후 대책 마련’ 식으로 출구전략이 추진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합들이 사업 추진을 결정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사업을 방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출구를 찾는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추진 주체가 없는 정비(예정)구역의 구조조정에 대해선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추진위나 조합 등이 설립되지 않은 서울시내 실태조사 대상 266개 구역 중 81곳이 구역에서 해제됐거나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전체 조사 대상 세 곳 중 한 곳이 정리되는 셈이다.
총 266곳 중 현재 사업 추진이 결정된 건 35곳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곳과 정비사업 일몰제가 적용돼 자동 해제될 구역을 포함해 조사 대상의 최대 절반 이상이 구역 지정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추진위나 조합이 구성된 곳은 사정이 다르다. 전체 조사 대상 305개 구역 중 79개 조합 만이 조합원 10% 이상이 동의해 서울시에 실태조사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주민 손으로 직접 조합 해산을 신청한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상당수의 뉴타운·재개발 조합들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조합이 이미 구성된 곳은 통상 사업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이도저도 아닌 관망파도 20~30%에 달한다”며 “이들이 뚜렷한 의사 결정을 하지 않으면 해산 신청이 생각보다 적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몰 비용에 대한 명확한 처리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실시된 출구전략이 오히려 실태조사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의 충분한 협의와 구체적 대책 없이 시에서 너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들고 나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실효성 있는 매몰 비용 처리 방안을 내놓아 사업 청산 의지가 높은 조합에 적기에 퇴로를 열어주는 한편, 사업 추진이 확정된 곳에 대해서는 활로를 터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박사는 “최근 분양을 기피하는 건설사로부터의 대여금이 뚝 끊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비사업장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며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의 사업 촉진책 등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제2의 출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국고 지원을 통한 사업 해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 시장을 통한 출구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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