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시도금고]④지자체 횡포도 갈수록 심화

복수금고 지정 등 은행권 경쟁 부추겨 몸값 올리기
행안부의 고무줄 선정기준도 지자체 횡포에 한 몫
  • 등록 2012-12-14 오전 7:20:15

    수정 2012-12-14 오전 8:39:12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시·도 금고 은행을 선정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슈퍼 갑(甲)입니다. 돈 굴릴 데도 마땅치 않아 거액 예금이 반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 번 빼앗기면 다시 찾기가 어려운 탓에 고액의 출연금을 지자체에다 바칠 수밖에요.”<은행권 고위 관계자>

자신을 만년 ‘을(乙)’이라고 소개한 한 시중은행 기관고객 담당 부행장은 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은행 쟁탈전이야말로 경기 불황기에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표 사례로 꼽았다.

금고 은행을 선정하는 지자체의 합법적인 ‘횡포’와 행정안전부의 고무줄 선정 기준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 77개 지자체가 모두 공개입찰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일선 지자체들은 사실상 모든 계정을 한 은행에만 맡겨도 될 일을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 많으면 4개까지 계정을 나눠 맡기는 탓에 출연금 액수만 늘어난다고 토로한다. 예산 규모가 큰 서울시도 단수(單數) 금고로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지자체들마저 복수(複數) 금고로 운영, 은행의 경쟁을 부추겨 곳간을 빼먹는다는 지적이다.

출연금이란 금고 은행이 지자체에 내는 일종의 기부금으로 이 액수를 많이 써낼수록 금고 은행으로 선정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모든 금고 계정 입찰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고액의 출연금을 써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또 행정안전부의 금고지정 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운영된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행안부 기준을 보면 금고 은행은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 안정성(30점) ▲지자체 대출 및 예금금리(15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17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10점) ▲기타 지자체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10점) 등으로 나눠 평가하지만, 정확히 계량화할 수 있는 항목이 없어 결국 출연금 액수가 금고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금고 은행 선정 기준이 고무줄 잣대로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정량적으로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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