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제유가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하리란 기대감과 수요 둔화 우려로 내림세를 나타내자 정유 종목의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2분기 정제마진 하락 여파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약세 전망이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리란 판단이 작용하면서다.
| [이데일리 조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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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은 지난 6개월간 17.94%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6만 2200원으로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이란의 확전 우려에 52주 최고가(8만 4500원)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하면 26.51% 내렸다. 이와 함께 GS칼텍스의 지주사인 GS(078930) 주가도 6개월 새 8.92% 떨어졌다.
이들 종목의 주가 내림세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 휴전 회담 진전과 중국 수요 둔화 우려에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들어 유가는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75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뉴욕 시장에서도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33달러(0.44%) 하락한 배럴당 74.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0.46달러(0.59%) 내린 77.20달러에 마감했다.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제마진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통 2분기와 3분기는 여름 드라이빙 시즌으로 휘발유 강세 시기지만, 올해는 2분기에 이어 3분기 휘발유 마진도 약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이달 중순까지 3분기 아시아 정제마진은 2분기 대비 소폭 개선되긴 했으나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요 부진과 재고 부담 등에 따라 올 하반기 정제마진이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들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등 수요 회복 시그널이 부재한 데 따라 미국에너지정보국(EI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올해와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하락은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에쓰오일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평균치는 전년 동기 대비 59.34% 줄어든 3493억원으로 집계됐다. GS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7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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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증권가에선 오는 10월로 예고된 OPEC+ 감산 완화의 이행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OPEC+는 10월부터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했다”며 “감산을 완화한다면 유가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감산을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점에서 이행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