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 미술관이지만,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소장품은 1만 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 환상적인 사건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이 1488점이라는 소장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미술관에 기증하면서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이건희컬렉션’이다. 이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바로 소장품 1만 점을 돌파할 수 있었다.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윤범모 전 관장의 재임 시절(2019년 2월~2023년 4월) 업적과 퇴임까지의 회고를 담았다. 관장으로서 어떤 일에 방점을 찍었는지를 소개했고, 재임 시절 기고했던 신문·잡지의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도 실었다.
윤 관장은 자신을 ‘백조 관장’에 비유했다. 백조는 겉에서 볼 때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수면에 떠 있기 위해 두발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는 묵묵히 자신의 오랜 현장 경험과 학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해갔다. ‘다다익선’의 재가동, 다양한 해외전시, 코로나 중 ‘세계 10대 온라인 뮤지엄 선정’ 등은 임기 중에 이뤄낸 성과다.
삼성그룹의 호암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던 윤 관장에게 있어 이건희컬렉션 기증은 잊을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유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을 여러 박물관에 고루 기증했다. 이는 미술관을 찾지 않았던 많은 시민들까지 미술관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윤 관장은 ‘미술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LA카운티미술관에서 열었던 한국근대미술 특별전 ‘사이의 공간’과 2022년 보스턴에서 진행했던 ‘한국미술 주간’이 대표적이다. 윤 전 장관은 “한류의 거센 바람 속에서 이제 미술한류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