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건설사들이 가을 분양철을 맞아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주택 분양 공급을 준비 중이지만 수심이 가득하다. 금리 인상과 주택 매매가격 하락으로 미분양이 쌓이는 등 청약시장 한파가 강하게 몰아치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불어나는 금융비용과 인허가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 주택공급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 등 장비들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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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74개 단지, 5만9911가구(총가구수 기준)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7%, 전월 분양보다 222% 급증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2만414가구로 가장 많고 충남(9602가구), 서울(6612가구), 대전(5546가구), 인천(3482가구) 등의 물량이 예정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그동안 연기됐던 분양이 집중되기도 했고 최근 규제지역 해제로 낮아진 청약문턱을 노린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물량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청약성적이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1대 1로 지난해 19.79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19.32대 1에서 올해 10.06대 1로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로 미분양 주택은 늘어나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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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만5000여 가구(전국) 수준이었지만 8월 말 기준 3만2722가구로 배 이상 급증했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여겨지던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8월 말 기준 서울·수도권 미분양은 5012가구로 2019년12월(6202가구)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라앉은 분양시장 분위기에도 건설사가 분양물량을 밀어내는 이유는 ‘재무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택지 분양 시 미분양 우려가 크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분양을 미루면 금융 비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밀어내기 식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며 “분양하면 미분양, 안 하면 금융 부담이라는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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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버틸 만한 대형 시행사·시공사는 지금의 청약시장 분위기를 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지만 중소 건설사나 지방 주택조합은 계약금 등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금을 확보하자는 게 최근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허가 기간의 압박도 있다. 건설업체는 인허가를 받은 후 2년 이내에 착공해야 하고 사유를 인정받으면 최대 1년 더 연기할 수 있다. 다만 주택경기 하락을 이유로 인허가를 미룬다면 재인허가를 받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부실업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분양을 단행하는 것은 앞으로 분양시장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며 “주택가격 상승기가 지나간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이슈가 분양가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분양시장 침체는 더 빠르게 확산하고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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