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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쟁법학회는 1988년 설립된 국내 대표적 경쟁법 학술단체로 권오승·정호열 등 전임 공정거래위원장도 회장을 역임했다. 홍 회장은 법조인(판사) 출신으로 20년 이상 경쟁법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네이버 형사 기소, 세계서도 드문 케이스”
홍 교수는 “시장지배사업자 지위남용으로 형사 기소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에선 물론 세계에서도 드문 일”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옛 법 테두리에서 옥죄려는 것이어서 아쉽다”라고 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의 태생적 역할인 경쟁시장 도모와 소비자 후생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네이버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당 사업모델을 만들었을 것이고 부동산서비스로 혜택을 받은 시장 참여자들도 있을 것인데 이를 다른 사업자들이 손쉽게 모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느 기업이 혁신을 통한 서비스 개발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이번 사건은 네이버가 사업모델을 만들 때부터 독점적으로 사용하려는 ‘고의성’ 여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홍 교수는 시장지배사업자의 지위남용 혐의로 형사 기소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홍 교수는 “외국 사례에서는 유럽에는 아예 시장지배적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미국과 일본은 규정이 있지만 일본은 사례가 전무하며 미국은 1970년대에 3건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도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카르텔(담합) 혐의에 더해 예비적으로 기소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결국 고의성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도전적인 사업전략을 구상하고 혁신하려는 시도를 오히려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의무고발 요청 제도도 허술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번 네이버의 형사 기소는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공정위가 작년 1월 과징금 제재를 의결한지 약 10개월 만이다. 고발요청권은 전속고발권이 있는 공정위가 소극적으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비판에 보완재 성격으로 나온 제도다. 검찰총장과 중기부, 조달청, 감사원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앞서 중기부는 네이버의 해당 혐의가 중소 부동산 정보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홍 교수는 “고발요청권이 있는 중기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만 갖고 고발 요청을 하는데 사실 중소기업에 피해를 줬다는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명시한 경쟁시장의 위해성 기준은 아니다”며 “전속고발권제를 지나치게 절충, 보완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본질에 맞지 않는 제도가 파생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마지막으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 관련해 “공정위가 온플법을 제안했을 때 아쉬웠던 것은 충분히 전문가와 시장 의견, 기업과 협의가 이뤄진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라며 “기업은 다들 공정위를 두렵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공정위가 법이나 제도를 만들 땐 기업·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부처와의 충분한 조율을 통한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