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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선 종목은 코스피 1개 종목(LG에너지솔루션(373220)), 코스닥 45개 종목 등 총 46개다. 이 가운데 스팩을 제외하면 30개 종목이 증시에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규 상장 종목 수는 지난해 상반기(49개)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스팩을 제외한 신규 상장 종목 수는 40개에서 25% 감소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동성 축소 우려가 고조하는 바람에 IPO 시장도 위축됐다.
하지만 수익률을 뜯어보면 상반기 공모주 투자자들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거뒀다. 30개 종목 중 10%에 달하는 3개 종목(케이옥션(102370) 유일로보틱스(388720) 포바이포(389140))이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후 상한가로 치솟는 ‘따상’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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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상장한 종목 가운데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을 기록한 종목은 따상 3개 종목을 포함한 9개 종목(케이옥션(102370) 스코넥(276040) 아셈스(136410) 퓨런티어(370090) 비씨엔씨(146320) 유일로보틱스(388720) 세아메카닉스(396300) 지투파워(388050) 포바이포(389140))으로 집계됐다. 공모주에 투자해 첫날 바로 매도를 했더라도 투자금의 두 배 이상을 번 경우가 30%에 달한다는 뜻이다.
한 공모주 펀드매니저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되면서 새내기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침체했다”면서도 “지난해와 달리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공모가 밴드를 저렴하게 설정하거나, 구주 매출을 줄이고 기관들의 보호예수를 독려하는 등 개인 투자자 친화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소비재·소부장…상반기 점프한 새내기주의 비결
그렇다면 공모주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지난 3월 상장한 공구우먼(366030) 투자자들이 가장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구우먼은 상장 당시 수요예측에서 56.9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공모가격을 희망 밴드(2만6000~3만1000원)의 아래인 2만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공구우먼은 상장 이후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1분기 실적을 냈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100억원,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15억원을 기록했다. 플러스사이즈 여성 의류시장이 확대되는데다 리오프닝 분위기까지 겹치며 소비재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여기에 공구우먼은 500%의 무상증자를 카드를 꺼냈고, 수정공모가(3337원) 대비 3배 이상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소비재 기업 오토앤 역시 지난 15일 기준 공모가 대비 125,47%에 이르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오토앤은 자동차용품 개발 및 유통업체인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소식 이후 강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소비재 외에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4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투파워(388050)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활짝 웃었다. 지투파워는 부분방전감시진단장치(CMD)가 탑재된 수배전반 및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 중전기기 제품 개발 및 제조·판매 기업으로 상장 초반부터 알짜배기 기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수요예측에서도 1730대 1, 일반청약에서도 2029대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까지 더해지며 현재 공모가 대비 104.57% 웃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유일로보틱스(388720) 가온칩스(399720) 세아메카닉스(396300) 등도 소부장 기업으로 공모가 대비 각각 104.0%, 62.86%, 50.0%에 이르는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불확실한 때는 실적이 나오는 종목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숫자만큼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성장성을 갖춘 가운데 안정적인 거래처를 가진 소부장 기업, 리오프닝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소비재 기업이 오름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주는 상반기 IPO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았다. 15일 기준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 45개 가운데 13개가 바이오주다. 특히 애드바이오텍(179530)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 노을(376930) 등 바이오 관련 종목의 공모가 대비 손실은 33.79%, 20.71%, 18.40%에 달한다. 올 상반기 상장한 바이오주가 4개인데 이 중 3개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바이오주 보로노이(310210)도 상장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보로노이는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에 상장 이점을 주는 이른바 유니콘 특례로 상장에 도전했다. 업계에서는 유니콘 특례 상장 첫 주자로 보로노이를 주목했으나 지난 3월 수요예측 이후 적절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했다며 남은 절차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6월 다시 코스닥 시장에 도전하며 희망 공모가격을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약 30% 낮췄다. 하지만 기관 수요예측은 28.35대1로 저조한 수준을 보이며 공모가도 최하단인 4만원으로 정해졌다. 이후 일반청약에서도 경쟁률 5.57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프리IPO에서 1조원대 기업가치가 매겨졌지만 상장 당시엔 이 절반 수준인 5000억원을 겨우 웃돌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가 재평가되고 있다. 보로노이(310210) 역시 15일 4만13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 대비 3.25%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포지오티닙, 롤론티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기대감, 레이저티닙 단일요법 임상 3상 결과 공개 등 연구개발(R&D) 기대감이 반영되며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나스닥과 코스닥에서 바이오가 다소 살아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바이오주에 대한 오랜 저평가가 이어진 만큼 앞으로 기술이전 경험이나 임상시험 노하우 등 연구개발 성과를 갖춘 종목 위주로 투자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