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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사진 오른쪽)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예고했던 3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관세 부과 시점을 일부 품목에 한해 내달 1일에서 오는 12월15일로 전격 늦추기로 했다. 미·중 무역협상단 대표 간 전화통화 직후 이뤄진 조치다. 관세 전면전에 이어 환율전쟁을 넘어 안보분야 등으로까지 전방위적으로 부딪혔던 미·중 간 충돌이 다소나마 완화할지 주목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대상 품목으로 휴대전화, 노트북(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PC모니터 등을 꼽았다. 특정 품목의 장난감과 신발, 의류도 관세 연기 대상에 올랐다. 중국에서 조립·생산되는 애플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 부과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수입규모가 가장 큰 품목들이 포함되면서 예상보다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대전화와 랩톱의 교역규모는 약 800억달러로, 추가 관세부과 대상인 3000억달러 규모 제품의 4분의 1을 넘는다”고 썼다.
더 나아가 USTR은 또 다른 특정 품목들도 “보건과 안전, 국가안보 등을 고려해 관세 부과 대상 목록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된다.
이번 조치는 13일(중국시간) 미 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 간 전화통화 직후 이뤄졌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와 관련,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향후 2주 내 추가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추가 관세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중국과 무역합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내달 예정된 양국의 무역협상도 취소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내달 워싱턴D.C.에서 예정된 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은 예정대로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중국과의 협상 재개와 함께 (관세 부과) 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꺼이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양국 간 충돌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한편, 향후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휴대전화·장난감과 같은 용품에 대해서도 유예기간을 부여한 건 새 학기 학용품 구매부터 크리스마스 쇼핑에 이르기까지 연말 4개월에 접어드는 미국 소비자의 혼란을 피하고자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가 혹시나 모를 ‘연말 쇼핑대란’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일부 관세가 미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