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이 예견했던 모바일 인터넷 기반 초연결 사회가 현실이 됐다. 기존 제조업 중심 산업에서는 물류와 자본이 몰리는 교통 요지가 중요했다면 초연결 사회에서는 정보와 대중이 모이는 ‘플랫폼’에서 가치가 나온다. 플랫폼이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처럼 온라인에서 상품과 콘텐츠를 사고팔거나 마케팅을 하는 일종의 장터를 뜻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더욱 빨라진 통신 속도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같은 IT기업이라도 하드웨어 중심 기업은 이 같은 변화를 뒤따르기 바쁘다.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모바일을 위시한 플랫폼 위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업의 ‘파워시프트(힘의 이동)’가 진행된 것이다.
극명한 예는 각 글로벌 기업의 시가 총액 변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분기부터 세계 최대 시총 기업은 애플과 구글이 다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애플이 1위(5869억달러·약 701조원),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이 2위(5351억달러·약 640조원), 마이크로소프트(4432억달러·약 530조원)가 3위다. 뒤이어 6위가 아마존, 8위가 페이스북이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중 플랫폼 기반 미국 기업이 5개가 들어가 있다. 심지어 알파벳은 이달 1일 기준으론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로 등극했다.
이들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독자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를 중심으로 한 아이폰·아이패드 전용 앱 생태계를 꾸렸다. 구글은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을 80% 가까이 끌어올렸다.
반면 제조업·중화학 등 전통 기업들의 순위는 이들에 예전에 밀린 상태다.
2011년까지 페트로차이나와 함께 세계 시총 1~2위를 다퉜던 엑손모바일은 4위에 머물렀다. 소비재 기업인 존슨앤존슨이 9위,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제너럴일렉트릭(GE)가 7위다. PC나 TV 등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세계 시총 10위 이내에서는 전무하다.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자 거대 가전 업체들도 자신만의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구글과 애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 실장은 “아직 우리 제조업 기업들은 DNA 자체가 하드웨어적인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창의성을 중시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한국경제 재도약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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