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소법원 "삼성, 애플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안했다"(종합)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미국 항소법원이 지난 2012년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에 9억3000만달러를 배상하도록 한 특허소송 1심 판결 일부를 뒤집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배상액 규모가 줄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8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공개한 의견서에서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제품의 색상과 모양, 크기 등 상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복합적인 요소를 의미하는데, 당시 애플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 ▲직사각형 모양을 둘러싼 테두리(bezel) ▲화면 윗부분의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 등에 대해 이를 주장한 바 있다.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의 전반적인 모양을 그대로 카피해 자사 브랜드를 희석시켰다고 주장해왔으나, 법원은 애플이 아이폰의 미적 특징이 ‘기능적인(functional)’ 것이 아니란 점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둥근 모서리와 검정 경계선, 평평하고 분명한 표면 등을 지닌 직사각형 제품인 아이폰의 전반적인 미적 특징은 보호받을 수 없고, 배상액 일부는 재산정되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삼성 제품의 트레이드 드레스 희석과 관련해 1심 배심원단이 결정한 배상액을 무효로 하고, 이번 판결을 1심으로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초 판결됐던 9억3000만달러의 배상액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배상액이 3억8000만달러라는 점을 감안, 이를 제외하면 배상액은 약 5억5000만달러 정도로 줄어든다.

삼성 측 관계자는 “법원에서 받은 의견서를 법률팀에서 검토하고 있어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배상액 역시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금액이 모두 제외될 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이 일련의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10억달러 이상의 배상액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으나 2013년 9억3000만달러로 조정됐다. 양사는 지난해 별도 재판에서 서로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됐으나 같은 해 8월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