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굴스비 "연준, 美증시 버블 생겨도 긴축 안쓸듯"

  • 등록 2014-01-02 오전 6:01:14

    수정 2014-01-02 오전 6:01:14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주식시장에는 아직까지 버블(거품) 징후가 없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테이퍼링(양적완화(QE) 규모 축소)을 더디게 진행하면서 기준금리도 상당기간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겁니다. 설령 버블이 나타난다고 해도 연준은 통화긴축보다는 거시 건전성 조치에 주력할 전망입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10년 이상 보필하며 오바마 행정부 경제정책의 얼개를 만드는데 큰 공로를 세웠던 오스탄 굴스비(45·사진)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 전망이 크게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은 지난해보다 다소 높아지는데 그칠 것이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대 초반에 머무를 전망이다.

다음은 굴스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2014년 미국 경제 전망이 궁금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더 강해지면서 GDP 성장률도 3%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 의견은 어떤가.

△현재 시장 전문가들이 제시한 컨센서스보다는 다소 비관적이다. 지난해 미국 GDP 성장률이 1%대 중후반으로 보고 있지만 올해에는 소폭 올라간 2~2.3% 수준으로 예상된다. 주택부문 성장세가 그다지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준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도 반등할 것으로 보여 시장금리가 뛰고 그에 따라 모기지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주택가격도 많이 뛴 만큼 추가적인 주택 구입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고용도 살아나 연준이 묵혀왔던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앞으로 테이퍼링 속도는 어떨 것으로 보는가.

△연준의 테이퍼링은 사실상 시간 문제였다. 경제는 지난해 여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일정을 처음 공개하면서 전망했던 경제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개선돼 오고 있다. 또 의회에서 재정협상 타결을 내놓은 만큼 테이퍼링에 나서지 않아야 할 명분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테이퍼링이 지난해 12월 시작됐지만 그 규모는 아주 작은 수준이었다. 이는 연준이 시장에 약속한 것을 지키고 있다는 신뢰를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치일 뿐이며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앞으로 테이퍼링 속도도 더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출구전략은 어떻게 보는가. 자산 버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테이퍼링이 통화긴축(타이트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QE 프로그램은 더디게 축소될 것이며 올해 하반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가 더 개선되는 시점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015년은 돼야 할 것이다. 재닛 옐런 차기 연준의장과는 개인적 친분이 많아 아주 잘 아는 사이다. 옐런 역시 지난해 인준 청문회에서 경제 회복을 망칠 정도의 긴축조치는 상당 기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식 등 자산시장에 버블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주식시장에 버블이 끼어있다고 보진 않는다. 주가가 많이 뛰었지만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 이것은 시장 펀더멘털이다. 다만 앞으로 버블이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확신할 순 없다. 주가 상승률과 향후 기업 이익 성장세를 비교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설령 자산 버블이 생긴다고 해도 연준은 거시 건전성 조치를 통해 그 리스크를 조절할 것이다. 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정책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다.

-테이퍼링이 시작된 만큼 이머징마켓이 지난해 여름처럼 다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있는 지.

△테이퍼링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 그 속도에 따라 이머징 경제권의 금융시장이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약속하고 시장심리를 추스리는 노력하고 있는 만큼 실제 그 충격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의회가 시퀘스터(정부예산 삭감)에 따른 연방정부 재정지출 자동삭감 규모를 줄이고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소규모 합의안을 타결지었다. 이것이 향후 재정협상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또 반복되는 재정협상 교착상태를 해결할 근본적 해법은 없는가.

△의회는 지난해 10월처럼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야기하고 미국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 빠뜨리는 식의 어리석은 싸움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어느 정도 대화에 의한 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미국의 장기적 재정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경기가 반등하는 것은 물론 의료보건 관련 지출이 최근 몇년간 정상수준보다 낮아지고 있을 때 짧은 시간내에 재정적자를 크게 줄이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의회가 그랜드 바겐(대타협)을 내놓아야 하는데 구체적 해법을 놓고 이견이 워낙 커 지금처럼 좋은 시기를 적절히 활용하긴 어려울 듯하다.

-오바마케어 시행을 앞두고 의료보험 가입을 위한 오바마케어 공식 웹사이트 접속장애 문제로 논란이 커졌다. 오바마케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시행과 관련해 일부 유예를 약속했지만 웹사이트를 먼저 고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되는 것은 웹사이트 오류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점이다. 웹사이트 오류는 잘못된 것이지만, 의료보험 플랜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 둘을 분리해 봐야 한다. 오바마케어는 분명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고, 향후 의료지출 부담을 줄이는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높아지는 보건복지 재정지출, 세금 인상, 인구의 고령화, 소득 불균형 등이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경제를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과학 및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 해법도 학자에 따라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폭넓은 경제 성장의 기반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소수의 대기업이나 특정계층, 특정한 자산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버블(거품)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이 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과실도 고소득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양극화에 따른 폐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고, 정부는 막대한 사회보장과 의료보건 지출 등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강력한 통화부양 조치와 중국의 경제구조 개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국과 교역규모가 가장 큰 두 나라의 행보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아베노믹스로 인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경우 한국도 그 수혜를 볼 수 있다. 중국은 구조 개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급격한 경기 부침을 겪을 수 있겠지만 단기적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고 내수를 부양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는 경제구조를 갖춰 간다면 이 역시 한국에는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005380) 뿐만 아니라 IT와 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들이 이런 단기적인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받았던 인상이나 통찰을 통해 한국이 선진국 경제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지난 20~30년간 빠른 경제 성장과 안정적 경제구조를 과시하며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 경제 대열에 진입할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본다.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은 대기업과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성장 기반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매우 뛰어난 자질을 가진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고 국민들도 성실함을 미덕으로 가지고 있어 앞으로 수십년내에 이 과업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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