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업계, 돈 안되는 경차 내수판매 ‘찬밥’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국내에서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경차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수익성을 이유로 국내 생산·판매를 꺼리면서 해외에서 국산 브랜드로 볼 수 있는 경차가 국내에선 생산·판매가 중단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영세소상공인의 대표적 생계형 차량인 다마스와 라보를 올해까지만 국내에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1991년 출시된 다마스와 라보는 700만~900만원의 가격에 LPG를 연료로 사용해 유지비도 적게 들어 소상공인들이 배달용 차량으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차량을 생계수단으로 삼아온 소상공인들은 단종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상용차 ‘다마스’

다마스와 라보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 장착 의무화’를 비롯해 같은해 3월 ‘개선형 머리 지지대 장착 의무화’, 오는 2015년 ‘자동차안전성제어장치(ESC) 장착 의무화’ 등의 안전·환경 규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한국GM 관계자는 “다마스와 라보에 규제를 맞추려면 신차 수준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차량개발에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차량가격도 1000만원 중후반대까지 올릴 수밖에 없어 사업 타당성 관점에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의 경상용차 ‘라보’

내년부터 다마스와 라보의 국내 판매는 중단되는 반면 한국GM 창원공장에서 동유럽지역 수출용 차량은 계속 생산된다. 다마스와 라보는 연간 3000~4000여대가 한국GM의 브랜드를 달고 동유럽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GM측은 “동유럽지역은 다마스와 라보에 대한 안전·환경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 없어 현재 방식대로 생산해 수출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규제가 이미 몇년 전부터 예정돼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GM이 수익성만을 따져 경상용차의 국내와 해외 판매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도 경상용차는 아예 생산하지 않고 있고, 경승용차인 모닝과 레이 2종만 생산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000270)는 자체 생산으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경차 2종 모두를 동희오토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

현대차(005380)의 경우 아예 경차의 국내 생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판매부문 노조원들의 제기로 경차 생산을 별도요구안으로 채택했지만, 사측은 수익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 인도공장에서는 경차인 아토스(현지명 쌍트로), i10, i20, 이온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재 인도시장에서 현재 판매하는 i10과 i20 사이의 크기로 신형 소형차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르노삼성은 판매차종 다양화 차원에서 국내시장에서 경차 ‘SM1(가칭)’을 2014년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는 개발 프로젝트 자체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로 경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자동차업체들의 외면으로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차의 종류는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차의 경차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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