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시중은행들의 금고 은행 쟁탈전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돈 놓고 돈 먹기는 기본이고, 이전투구도 판을 친다. 부산시 금고 은행을 12년 만에 국민은행에 뺏긴 농협은 해당 임원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은 물론 선정 과정이 불공정했다면서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전라북도 금고 은행에서 농협에 밀린 전북은행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25년 만에 김해공항 환전은행을 뺏긴 신한은행은 청사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경전철 역사에 출장소를 개설해 꼼수 논란을 낳고 있다. 신한은행은 환전은행을 뺏기자마자 불과 일주일 만에 출장소를 개설했다. 뒤늦게 김해공항과 외환은행 측은 반발하고 나섰지만, 신한은행 출장소가 상도의엔 어긋나지만,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시중은행들이 기관고객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차원이다. 최근 대기업에 이어 가계대출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시장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더 그렇다. 실제로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예산을 관리해주면서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마케팅과 네트워크 확대 효과도 크다는 게 은행들은 판단이다. 해당 지자체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후원은행으로 참여해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
공항이나 대학, 병원 입점 은행도 마찬가지다. 공항은 국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고, 대학과 병원은 등록금과 병원비 등의 목돈이 오가는 탓이다. 지자체는 공무원이라는 우량고객을, 대학은 대학생이라는 미래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도 된다.
하지만 기관영업이 사실 수익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엔 일단 깃발을 꽂으면 돈이 됐지만, 최근엔 저금리 기조로 자금이 넘치면서 자금운용에 따른 이점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은행이 내는 출연금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와 국민, 신한, 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이 지자체와 대학, 병원에 낸 기부금은 1000억 원이 넘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곤 기관고객 유치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은행의 위상이나 명분 때문에 관행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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