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동현 기자]“커피는 기본에 졸음방지 껌까지 한 통 다 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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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가 되면 오씨처럼 상당수 많은 가정의 아버지가 가족의 귀성·귀경길 운전을 책임진다. 아버지들은 장시간 운전을 앞두고 각자의 방법으로 졸음운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운전을 하면 뇌에 피로가 누적돼 집중력 저하가 유발되는 만큼 운전 전후로 숙면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최대 ‘10시간’ 운전…추석 기간 사고 급증
추석 전날인 16일 서울에서 전남 광양을 향할 계획이라는 직장인 정모(48)씨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정씨는 작년부터 귀성·귀경 전날을 두고 일명 ‘방해금지’ 상태로 선언했다. 정씨는 “연휴 때마다 기본 7~8시간 운전해야 한다”며 “운전하기 전날은 아무 방해도 안 받고 잠만 잘 수 있도록 가족과 협의했다”고 답했다.
연휴 기간은 평소보다 운전 시간이 급증하는 만큼 실제 교통사고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 11일 행정안전부는 최근 5년간(2019~2023년) 추석 연휴 전날의 평균 교통사고가 797.4건 발생해, 5년 전체의 하루 평균인 568.2건보다 40.3% 많다고 발표했다.
연휴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 원인은 대부분 ‘졸음운전’이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설 연휴 교통사고 35건 중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사고가 28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수면 부족이 운전에 필요한 집중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 시 숙면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는 “잠을 못 자면 활성산소 등 뇌 속에 쌓인 피로 물질이 제거되지 않는다”며 “수면 부족이 운전에 필요한 집중력과 인지능력 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 전후로 충분한 수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전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이어졌다. 지난해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 연구팀은 ‘5시간도 못 자고 운전하면 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후 운전했을 때보다 2배가량 충돌 위험이 커진다’는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오브 사이언스 앤 슬립’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수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0.05%일 때와 동일한 충돌 위험도다.
다만 수면 패턴을 위해서 낮잠 대신 밤잠을 충분히 늘리라는 조언도 뒤따랐다.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분한 수면이 보충돼야 주간 각성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끝내고 나면 평소보다 더 많이 자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낮잠을 너무 오래 자면 밤에 잠을 못 자는 등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으니 운전 전에는 낮잠보다는 밤잠을 충분히 취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