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설가 공지영(61)은 지난 몇 년간 번아웃에 시달렸다. 작가로 살기 시작한 이래 평생 처음으로 글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남 하동군에 새 집을 마련한 작가는 3년 넘게 글을 발표하지 않고 살았다. 그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공지영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산문집이다. 글쓰기의 위기를 맞은 시점에 후배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한 뒤 중동 순례를 다녀와 선보인 책이다. “왜 예루살렘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히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되겠지.”
책은 작가의 대표 에세이 중 하나인 ‘수도원 기행 1, 2’의 계보를 잇는다. 예수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부활의 역사가 새겨진 곳에서 평온한 일상을 살며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는다. 그의 시각은 지나온 삶과 자기 세대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이어진다.
공지영은 책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나 자신의 망상을 사랑했었다”고 썼다. 작가는 극단적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는 ‘태극기부대’를 언급하며 “우리(86세대)는 그들보다 나을까”라고 묻는다. “우리 세대는 너무나 많은 그리고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든 꽃을 잘라버리는 대신 그걸 가리키는 손목을 잘라버리고 있다. 우리 세대도 병들어가고 있는 것을 나는 느낀다.”
하동으로 돌아온 공지영은 혼자 될 결심을 다진다. 작가는 외로움을 고립과 단절이 아닌 자유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 표현한다. 책은 철저히 홀로 된 시간의 기록이자, 스스로를 직면한 성찰의 고백이다. 솔직한 공지영표 문장과 울림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