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토교통부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를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기숙사 구분소유 문제로 1라운드를 벌인 데 이어 오피스텔 규제 완화를 두고도 평행선을 달리며 힘겨루기 중이다. 2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구분 소유된 호실을 지식산업센터 기숙사에서 제외한다는 국토부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정책성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 [그래픽=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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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지난 연말 지식산업센터 기숙사를 호실 단위로 구분 소유할 수 없도록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을 확정하면 지식산업센터 기숙사는 건물 단위로만 소유할 수 있다. 그간 구분 소유를 할 수 있었던 탓에 지식산업센터 기숙사가 투기 대상으로 변질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 지식산업센터 기숙사는 한때 분양가보다 1억원 넘게 웃돈을 얹어 거래했다. 이런 개정안에 제동을 건 건 지식산업센터 주무부처인 산업부다. 건물 단위로 기숙사를 분양받거나 매매해야 한다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부처 간 이견으로 9개월 넘게 공회전하던 지식산업센터 기숙사 구분소유 문제는 규개위 결정으로 결론을 맺게 됐다. 산업부는 규개위 결정을 수용하는 대신 투기 우려가 적고 실수요가 많은 비수도권 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는 구분 소유를 허용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라운드는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이다. 원칙적으로 지식산업센터엔 오피스텔이 입주할 수 없다. 지식산업센터 자체가 제조업 등을 위한 산업시설이기 때문이다. 정주 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에만 오피스텔 설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뿐이다.
| 정부세종청사 일대.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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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규제의 공수’가 바뀌었다. 국토부는 개별 입지 지식산업센터, 즉 산단이 아닌 지역 지식산업센터에도 오피스텔을 허용하길 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왜 오피스텔과 유사한 형태로 기숙사를 지어서 파는지 의문이다. 근로자도 주거 환경이 좋고 안전한 오피스텔에 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규제가 느슨한 기숙사가 투기 우회 수단으로 되는 걸 막는 대신 세제·건축 요건 등이 명확한 오피스텔로 근로자 주거시설을 양성화하자는 의도다.
이번엔 산업부가 ‘규제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산업부는 조만간 산업집적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식산업센터에 오피스텔 입주 금지 원칙을 명문화 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거 문제를 지식산업센터로 활용하려는 건 잘못된 게 아니냐. 지식산업센터는 명백히 산업시설이다“며 “지식산업센터가 있는 준공업지역(일반 오피스텔이 들어선)은 상업지역보다 지가가 저렴하다. 그곳에 오피스텔을 지으면 투기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가에서 두 부처가 이전에도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육성 등을 두고 각각 전담 조직을 만들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등 그간 사사건건 부딪혀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 부처로 꼽는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산업부는 산업단지와 자동차, 항공 등 겹치는 업무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규제와 완화, 신사업 분야 등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