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 방정식 된 통화정책…"고용안정·소득불평등도 신경써야"

[만났습니다]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②
韓도 소득불평등 확대가 자연이자율 하락에 영향
빅테크·스테이블코인 확산에 CBDC 논의 가속화
  • 등록 2022-03-08 오전 5:47:00

    수정 2022-03-08 오전 5:47: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풀어야 할 방정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안정·금융안정’에 목적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했던 한국은행이 ‘고용안정’까지 살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후변화, 소득 불평등,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도 주요 과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지난 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목적조항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자는 논의들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민할 부분이 꽤 있다”며 “실업률, 취업자 수, 전업환산 취업자 수 등 무엇을 목표 지표를 삼아야 할지, 숫자는 어떻게 정해야 할지, 인구 감소나 노동시장 단축 정책 등 한은이 다룰 수 없는 고용의 구조적 변화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논쟁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 안정을 한은 목적 조항에 포함하자는 논의는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한은이 고용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한은법 개정안이 어떤 식으로 결론날 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과거보다는 중앙은행이 고용 또는 소득 문제에 더 가중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이 소득·자산 불평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작년 9월 잭슨홀 미팅에서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와 아티프 미안 프리스턴대 교수 등이 고소득자의 과잉 저축이 자연이자율(중립 실질금리와 유사)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박 원장은 “내부 분석 결과 우리나라도 소득 불평등 확대가 자연이자율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포착됐다”며 “불평등 확대가 자연이자율에 영향을 주고 자연이자율이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평등 구조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침체할 때 저금리를 유지하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억제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지만 동시에 자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된다. 박 원장은 “만약 소득 재분배 매커니즘이 잘 갖춰진 사회라면 통화정책으로 불평등이 커지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이러한 매커니즘이 없다면 이 부분까지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CBDC 발행과 관련해선 한은이 도입 시점을 명시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도입시기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기술적·법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지, 스테이블 코인이 얼마나 확산할 것인지, 국가간 발행 경쟁이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 것인지, 국제적 공조를 통해 어느 정도 속도로 도입할 것인지 뿐 아니라 가계·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사회적 공감대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2019년 6월 페이스북이 `리브라(현 디엠)`를 출시하면서 CBDC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모든 것들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하겠다고 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원장은 저탄소 정책 전환이 한은이 관리하는 금융 안정, 물가 안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기업 및 금융기관 도산 위험 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한은의 대출 프로그램이나 담보대상증권 설정에 ‘그린(Green·저탄소)’ 부문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에서도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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