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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확대와 피해기업 지원에 집중하는 동시에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일본을 보다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짜고 있다.
日 추가 수출 규제는 없어…피해 발생시 자금 지원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관계장관회의 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100개 이상 핵심품목 연구·개발(R&D)에 내년부터 3년간 5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대응방안을 내놨다. 일본 정부가 수출우대국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이날부터 시행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계속하는 것을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일본의 태도와 무관하게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긴 안목으로 일관되게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 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이날 시행하면서 목재와 식품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제품이 일본의 수출규제 사정권 내에 들어갔다. 물론 당장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외에 추가로 수출규제를 강화한 품목은 당장 알 수가 없다.
정부는 국내 수입이 적은 품목 등을 걸러내면 159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일반포괄허가 혜택이 개별허가로 바뀌면 3년의 유효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고, 전자신청이 아닌 우편이나 방문신청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한국기업이 수입 허가를 요구할 경우 일본이 적기에 허가를 내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기업별 전수조사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점검했지만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수입 불확실성이 기업의 큰 리스크 인 만큼 제때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점 관리기업을 선별하여 1:1 전담·밀착관리하고, 피해 발생시에는 긴급 경영안정 지원자금, 경제활력제고 특별운영자금, 수입자금 특별보증, 수입보험 우대지원,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특별보증 등을 지원한다.
WTO 제소 앞당길 듯..日대화 제스처도 던져
정부는 이와 동시에 일본을 압박하는 카드도 지속적으로 던질 계획이다. 대표적인 카드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상호 호혜적 자유무역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며 국제법 절차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통상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밑에서 꾸준히 WTO 제소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오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경대응에 나선 만큼 정부간 보폭을 맞추는 차원에서 WTO제소 시기가 예정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일본과 대화 채널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양국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일본이 언제든 협의의 장에 들어오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총리는 “일본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에 성의있게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