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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미국본토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ICBM 완성과 실전배치를 금지선(1차 저지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의 ICBM 완성과 관련해 3개월 시한론을 펴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성공 직후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이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완성을 ‘말로’ 선언하고, 실제 각도로 ICBM 시험발사를 자제함으로써 금지선을 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지선을 넘을 경우 미국의 군사옵션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서 미국의 핵무기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전쟁억제력을 갖춘 ‘전략국가’임을 선포하고 평화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하면 ICBM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2차 공격능력을 갖게 될 것임을 공언했다. 북한은 미국이 우려는 ICBM 완성과 대량생산 카드를 내밀고 미국과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듯하다. 북한이 2차 공격능력(보복능력)을 갖는 것을 막는 것이 미국의 2차 저지선이 될 것이지만 먼저 1차 저지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서 대화국면을 조성하고 서울을 거쳐 워싱턴으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한의 국면전환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파괴’라 극단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고, 지난 2일 “김정은이 핵버튼이 있다고 하는데, 내 핵버튼은 훨씬 크고 강력”하다고 맞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인 듯하다”고 말했다. 10일 백악관이 “대통령은 올바른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데 개방적”이라고 밝히는 등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과 대화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북한은 ‘양탄일성’(원자탄과 수소탄, 인공위성)으로 대미 핵 억제력을 갖춘 다음 미·중 데탕트를 이루고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모델을 따라가려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 과학기술역량과 명석한 두뇌가 있어 “적들이 10년, 100년을 제재한다고 하여도 뚫지 못할 난관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이 몇 개월 있으면 ICBM 완성할 것이라고 조급해하는데 비해, 수십년 집권을 염두에 둔 김정은 정권은 장기전을 펼 태세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국면전환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의 ICBM 실전배치를 막기 위한 북·미대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기간이 ICBM 실전배치를 위한 남은 몇 개월의 시한과 겹치는 기간이다. 일시적인 ‘평창평화’가 지속적인 평화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양자 및 다자간 북핵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핵과 관련해선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